[국회, 이것만 알자④] 필리버스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06 05:00
세번째 무제한 토론하는 김웅 의원<YONHAP NO-7552>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세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6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의 대치정국이 계속될 전망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집권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비롯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진행을 고려하며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는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 등을 막기 위해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 합법적이고 고의적인 방해 수단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현행 국회법에 따라 "재적인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연설 및 발언을 하지만 의원 1인당 1번씩만 발언이 가능하다. 발언권을 가진 의원은 중도에 스스로 토론을 멈출 수 있다.

토론자가 계속 있을 경우 최소 24시간의 토론 시간이 보장되고 연설 중에는 자리를 떠날 수 없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180명 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필리버스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1964년 무제한 연설로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려 5시간 19분동안 연설을 진행했고 결국 동의안을 무산시켰다. 1973년 박정희 정권 당시 시간 제한에 대한 조항이 규정되면서 무제한 토론이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제정으로 다시 시작됐다.

2016년 2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국민의당과 연계해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43년만에 부활시켰다. 이 필리버스터에는 총 38명이 참여했고 192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선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을 발언하며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당시 다만 이 필리버스터는 테러방지법 상정 자체를 막지 못했다.

2016년 9월에는 윤희숙 새누리당 의원이 12시간 47분 동안의 필리버스터 연설로 종전 기록이었던 12시간 31분의 최고 기록을 깼다. 윤 의원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본회의 개회가 선언함으로써 공식적인 필리버스터라고는 볼 수 없었다. 새누리당 측은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안에 앞서서 벌어지는 대정부질문 시간 중 새누리당 의원과 국무위원 질의답변을 일부러 길게 주고받는 방식을 이용해 유사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있었던 테러방지법 필러버스터 때와는 달리 ‘밥 먹을 시간을 달라’는 이유로 정회 요청을 하면서 야당 의석에서는 "필리밥스터"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유사 필리버스터는 이튿날 24일 자정 즈음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법 77조에 의거 차수 변경에 따른 표결을 진행함으로써 중단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4월 국민의힘이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불리는 법안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사용했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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