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춘추전국시대(상) 프리미엄 수입버거 봇물 "시장확대 vs. 출혈경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1 15:09

2016년 쉐이크쉑 첫 상륙 매장 25개 성공 평가



고든램지·슈퍼두퍼 이어 파이브가이즈 줄이어



1만~2만원 고가에도 희소성 내세워 수요 유발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기존 브랜드 신메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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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가 6월 말 선보이는 미국 3대 버거 ‘파이브가이즈’ 관련 이미지. 사진=갤러리아 백화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최근 몇 년 새 해외 유명 햄버거 브랜드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면서 ‘버거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진출 35주년을 맞은 맥도날드와 토종버거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롯데리아를 비롯해 버거킹·맘스터치 등 ‘대중적인 맛과 가격’을 지향하는 기존 버거 브랜드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버거의 본산 미국 등에서 ‘프리미엄 맛과 가격’으로 검증받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는 것이다.

버거 소비자 입장에선 수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전체 버거시장의 확대가 기대되지만, 신규고객보다 기존고객을 놓고 수요 쟁탈전을 벌여야 하고, 시장선점의 바로미터가 될 구매력이 강한 서울 핵심 상권에 신규 브랜드들이 첫 깃발을 꽂고 있어 ‘버거 생존게임’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 쉐이크쉑 안착에 고든램지·슈퍼두퍼 가세…파이브가이즈, 이달말 강남 출점

지난 2016년 SPC그룹이 들여온 ‘쉐이크쉑’을 시작으로 2021년 영국 출신 셰프 고든 램지의 ‘고든램지 버거’, 지난해 bhc가 선보인 ‘슈퍼두퍼’까지 글로벌 버거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 속도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여기에 이달 말 강남에 출점하는 한화갤러리아의 야심작 ‘파이브가이즈’까지 포함하면 세계 유명 버거들을 국내에서 거의 다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테스트 베드 역할인 1호점을 비롯해 서울 주요 상권 위주로 매장을 세우는 게 공통점이다. 직장인·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타깃이다. 개점 첫날부터 줄 세우기에 성공할 만큼 출점 전략 효과도 톡톡히 봤다. 쉐이크쉑은 강남 1호점 개장 당시 하루 평균 버거 판매량만 3000개를 기록했으며, ‘14만원 버거’로 화제가 된 고든램지 버거도 개점 첫날 사전예약만 2000명이 몰렸다. 슈퍼두퍼 역시 1호점인 신논현역점 개장 직후 2주 동안 판매한 버거만 2만개 이상이다.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의 흥행에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와 함께 미국 3대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불리는 ‘인 앤 아웃’의 진출 여부도 관심이 몰린다. 2012년 이래 3~4년에 한 번씩 국내에서 팝업 매장을 여는 인 앤 아웃은 최근 4년 만에 임시 매장을 선보였는데, 개장 1시간도 안 돼 버거 500개가 완판 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인 앤 아웃은 해외 지점을 운영하지 않는 사업 방침 탓에 단시간 내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울 것"며 "다만, 경쟁사인 쉐이크쉑·파이브가이즈 모두 국내에 상륙하면서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햄버거 브랜드별 매장 수
맘스터치* 1400여개
롯데리아* 1330개
버거킹* 470개
맥도날드* 400개
쉐이크쉑 25개
슈퍼두퍼 3개
고든램지 2개(이달말 2호점 출점)
파이브가이즈 1개(이달말 출점)
인앤아웃 팝업매장 4회
* 추정치
자료: 각사

◇ 2만원대 가격 불구 ‘희소성’에 구매 자극…"수요 분산 출혈경쟁" 우려도


업계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불황 속에서도 1만~2만원대 다소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는 비결이 ‘희소성’이라고 입 모으고 있다. 해외에서 먹는 제품을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라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강세 시장에서 출혈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요가 분산돼 모객을 위한 할인 등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하고 주요 상권 위주로 매장을 넓히면서 임대료 부담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또, 브랜드 파워에만 의존하기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매장 수에서도 밀린다는 지적이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의 전국 매장 수는 각각 400개, 1330개, 470개 수준이다.

일찌감치 내리막을 걸은 업체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우산업개발 자회사인 이안GT가 서울 강남에 출점한 미국 ‘굿스터프이터리’는 운영 5개월 만에 영업 종료했다. 국내 공개 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먹은 버거로 관심을 끌었지만 고환율과 높은 임대료 영향으로 수익이 악화돼 사업을 그만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이미 레드오션 상태인 기존 버거 프랜차이즈들도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에 대응하는 방안을 짜는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에 무리한 매장 확장보다 과거 ‘정크푸드’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메뉴 개발과 품질 관리, 서비스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버거킹이 대표 사례다.

버거킹 관계자는 "2014년부터 메뉴 개발에 지속 투자하며 전체 매출의 프리미엄 버거 판매 비중이 50%를 차지하게 됐다"라며 "수제버거를 맛보는 듯한 프리미엄 라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 올데이킹 라인으로 이원화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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