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자 황급히 소주 반병 ‘벌컥’, 빼고 계산해도 음주운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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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이 올려진 회식 사진.(기사내용과 무관)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차량 충돌 후 근처 식당에 들어가 소주 반병을 들이켠 운전자가 음주운전 유죄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2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전 7시 27분께 원주시 편도 2차선 도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맞은편 직진하던 B(64·여)씨 승용차와 충돌,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승용차를 몰았던 A씨는 사고 13분 뒤인 오전 7시 40분께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는 경찰관이나 보험사가 출동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소주를 꺼내 마셨다.

경찰이 출동한 뒤에는 음주 의심 신고에 따라 A씨에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실시됐다. 사고 1시간여 뒤 이뤄진 측정에서 결과는 0.112%였다.

이에 교특법 치상과 함께 음주운전 혐의도 공소장에 추가됐다.

A씨는 재판에서 "공황장애 때문에 사고 후 소주를 마셨을 뿐(후행 음주)이고, 일률적인 위드 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한 수치만 가지고 음주운전 여부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음주운전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이 가장 높게 계산되도록 계산 방식을 적용했다. 후행 음주로 인한 증가분을 최대한 공제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한 것이다.

형사법 원칙에 따라 피고인인 A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범죄 가능성을 따져 봐야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소주 알코올 도수도 실제 도수가 16.5도였어도 A씨 주장대로 16.9도로 높여 적용했다.

그 결과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최고치는 0.0668%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 수치에 사고 직후 현장에서 측정한 음주 수치인 0.112%를 뺀 0.0452%가 사건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라고 판단했다. 결국 음주운전 단속 기준 0.03%을 초과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식당 CCTV에 촬영된 피고인의 모습을 보면 사고 수습보다 음주가 더 시급할 만큼 공황장애가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 후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스스로 음주운전 상태임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음주운전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 두 차례의 음주운전 약식명령과 범행 후 죄질 불량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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