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서 반환받은 관절염 치료물질서 림프종 치료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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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본사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에게 기술수출 했다가 개발 부진으로 반환 받은 신약 후보물질에서 새로운 적응증을 확인하는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13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8∼11일(현시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학회(EHA)에서 글로벌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반환했던 BTK저해제 ‘포셀티닙’의 후속연구인 3제 병용요법 임상 2상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서 포셀티닙이 포함된 3제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것으로, 한미약품과 지놈오피니언이 지원하고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포셀티닙은 한미약품이 최초로 개발해 지난 2015년 일라이릴리에 6억9000만달러(약 89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했던 BTK(B림프구에서 발현되는 효소의 일종) 저해제로, 당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2019년 1월 권리가 반환됐다.
권리반환 후 포셀티닙 후속개발 의지를 밝혀 온 한미약품은 2021년 10월 지놈오피니언과 포셀티닙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지놈오피니언은 포셀티닙과 이중항체 ‘글로피타맙’,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를 조합한 3제 병용요법을 통해 재발 및 불응 DLBCL환자 대상의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해 왔다.
3제 요법에 쓰인 약물의 앞 글자를 따 ‘GPL 연구’로 명명된 이 임상은 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소속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내 다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19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현재 추가 임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번 EHA에서 발표된 중간 결과에서 연구팀은 GPL요법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했다. 임상 시작 후 반응이 평가된 환자 14명 중 유효성 평가 기준인 객관적 반응(OR)을 충족한 비율이 79%에 이르고, 초기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36% 환자는 암 세포가 사라진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이상반응은 없었다.
연구팀은 GPL 병용 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DLBCL의 발암 기전을 광범위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환자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연구 임상시험 조정자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CAR-T(암세포만 찾아 파괴하는 표적항암치료제)를 포함한 표준치료에 실패한 재발 및 불응 DLBCL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여러 이중항체가 재발 및 불응 DLBCL환자에서 비교적 우수한 효능을 보여 사용이 승인되고 있으나, 여전히 항체 단독 요법 후 잦은 재발로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포셀티닙과 이중항체 병용투여 요법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인된 만큼, 최종 임상 결과를 통해 의료진들에게 향후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라이선스 아웃 이후 반환된 후보물질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지속해 반전의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 가고 있다. 일례로 2019년 얀센이 반환했던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성분명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미국 머크(MSD)에 1조원대 규모로 다시 라이선스 아웃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