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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
최근 유통 및 식품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커머스 1위 쿠팡과 식품 1위 CJ제일제당 간 납품가 갈등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CJ제일제당이 햇반과 비비고 등 고객 충성도가 높은 인기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쿠팡이 CJ제일제당 상품 직매입 중단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로 CJ 핵심상품이 없어도 쿠팡 매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관전평’이었다.
CJ와 쿠팡은 지난해부터 거래상품의 납품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가 쿠팡이 제시한 마진율이 과도하다며 개선을 요구한 반면, 쿠팡은 CJ의 납품가가 비싸다고 반박하며 충돌했던 것이다. 급기야 쿠팡은 지난해 11월부터 햇반·비비고만두 등 CJ 주요제품 발주를 중단한 이후 반년이 넘도록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CJ가 쿠팡의 빈자리를 다른 경쟁사들로 채워가는 등 ‘반(反) 쿠팡연대’ 움직임을 강화하자, 쿠팡도 지난 11일 CJ를 향한 공개 저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쿠팡 자료의 핵심은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다는 내용이었고, 자료에는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특정 독과점 대기업이 독식’ 등 CJ를 암시하는 표현이 담겼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마진 갈등’은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쿠팡과 CJ제일제당 갈등이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상 이커머스 1위와 식품 1위 간 대립하는 구도 때문이다. ‘갑 vs. 갑’ 싸움인 것이다.
국내 소매시장 초창기에 유통사와 제조사의 역학관계는 동등했다. 이후 제조사가 인기상품을 선보이고 대리점이 존재하던 당시엔 제조사가 갑으로 부상했다가 할인점(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다시 유통사가 갑이 됐다. 그런데 코로나팬데믹으로 이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태와 맞먹는 업태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쿠팡과 CJ 간 마진 갈등은 어찌보면 과거와 달라진 이커머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햇반과 비비고와 같은 인기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후발주자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에 더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