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K방산, 규모의 경제 지속에 ‘손님 찾는' 전략 취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9 08:00

작년 K방산 수출액 173억달러…올해 200억달러 목표
대통령실 방산 사령탑 정확한 직무분석으로 기능정립 필요

채우석 학회장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시작한 글로벌 안보위기 고조가 각 국가별 국방예산 증액으로 번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차·자주포, 경공격기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산 무기 역시 해외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지난해 방산부문 수출액만 173억달러을 거뒀다. 한국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올해 200억달러 수출을 내다본다는 목표다. 그야말로 ‘K-방산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와관련, 채우석 한국방산학회 회장은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방산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향후 1-2년은 수출 호황이 이어질 것이나 지속가능을 위해선 국내적으로 방산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며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찾아 나서서 매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존의 국내조달에나 적합했던 강력한 정부통제형 패러다임으로부터 수출에 적합한 글로벌 기업자율형 패러다임으로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며 "방산 수출과 에너지를 포함한 자원교역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종합상사형 글로벌 교역기업 구축으로 다양한 요구사항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현재 우리 방산 기술 수준이 세계 8위 정도로 분석된다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정부의 지원과 민과 군의 투자 및 협력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세계 4위’도 충분히 진입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현존하는 다양한 진입장벽과 과도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며 아울러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과감히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방산 컨트롤 타워 신설과 관련한 질문엔 "줄기차게 필요성이 언급됐던 대통령실 방산 사령탑이 기존 업무에 추가되는 형식으로 도입돼 역량 발휘에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한 방산업무 뿐 아니라 방산수출을 포함한 국제 자원교역 업무까지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향후 당면한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해 임무와 기능을 정립하고 관련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조직해야 한다"면서 "학회에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만큼, 완료하는 대로 대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채우석 회장과 일문일답.

-현재 우리나라 방산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또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 가능한가.

▲ 우리나라의 방산기술 수준은 현재 세계 8위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넘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소재 부품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민과 군의 기술 협력에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향후 세계 4위권에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산 무기의 장점으로 가성비가 꼽힌다. 이외 또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 가성비는 기본이고 적기에 조달하는 납기충족이 최고의 강점이다. 또 구매국과 협의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순발력과 응용능력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여기에 패키지 방식으로 교육훈련, 운용 노하우 전수, 후속군수지원 등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점도 상대적 강점이다.

-한국산 무기 수출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글로벌 방위산업 전망과 한국 방산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향후 1-2년은 수출호황이 이어질 것이나 지속가능을 위해선 국내에선 방산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한다. 기존의 국내조달에나 적합했던 강력한 정부통제형 패러다임으로부터 수출에 적합한 글로벌 기업자율형 패러다임으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즉, 업체가 다양한 글로벌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업체 자율형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출방식도 방산업체들이 직접 수출하는 방식과 방산수출을 에너지원을 포함한 자원교역과 금융지원 등을 병행하는 복합 무역방식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일변도 비즈니스 방식을 온라인과 병행하는 O2O 복합 플렛폼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함으로써 차별화된 국제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다.

-수출 지역과 수출할 한국산 무기도 다변화해야 한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이라 꼽히는 미국 진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는.

▲ 현재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이 한미 간에 논의 중이다. 이것이 체결되면 한국산 무기가 미국산 무기로 인정받게 되고 반대로 미국산 무기도 한국산 무기로 인정받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 방산업체들이 연간 약 700조원의 미군 군수물자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연간 약 2000개에 달하는 미군의 첨단 무기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미중간 패권전쟁이 한창이기에 미국은 한국산 무기를 대거 구매하게 되고 첨단군사 기술을 한국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한국군의 군비증강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물량공세에 맞서는데 미국의 능력은 역부족인데, 대한민국이 그 부족한 부분을 충족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예산만 가용하면 미국산 무기와 동등한 수준의 무기를 순식간에 대량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대한민국에게 예산과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국제정치적 역학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서 빠른 시일 내에 RDP MOU가 체결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차세대 방위산업을 이끌 무기 또는 기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사이버 분야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무기나 장비개발과 생산에 적극적으로 접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메타버스(AR·VR·XR)를 활용한 미래형 훈련체계 구축 등도 병행해야 한다. 이 기술 대부분이 민간분야가 앞서 있는 만큼, 군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현존하는 다양한 진입장벽과 과도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과감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 이어지면, 관련 기술중소기업들이 독일식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고 수출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방위산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무기 개발만큼 인재 육성도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한 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또 최초 양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지속교육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 교육시스템은 그리 전략적이거나 장기적이지도 못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회도 이러한 차원에서 방위산업 최고위과정을 한국생산성본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제7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대상은 방산 관련분야 고위직들이며 주로 최신 경영기법을 포함한 방산분야 동향과 트렌드 등을 교육하고, 협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에도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방산 수출이 안보협력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수출전략을 짜야 하지 않을까.

▲ 일례로 필리핀군이 한국산 함정을 많이 도입하자 현대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인수해 군함수리를 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필리핀 해군이 사용할 군함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전망이다. 자국에 일자리가 생기고 첨단 기술을 자연스럽게 이전받을 수 있으며, 주변국에 필리핀의 현대조선소에서 만든 군함을 수출을 할 수 있게 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기술 이전과 현지 공장을 지어주기를 원하는 등 무기 구매국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므로 해당국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수출전략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선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하나, 비즈니스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학회에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구매국 맞춤형 플랫폼 개발 관련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방산 사령탑 운영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드디어 대통령실에 방산 사령탑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존업무에 추가되는 형식으로 도입돼 역량 발휘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 역할 또한 단순한 방산업무 뿐 아니라 방산수출을 포함한 국제 자원교역 업무까지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썬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당면한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해 임무와 기능을 정립하고 관련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조직해야 한다. 학회도 이를 보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우리 방산을 성장시키기 위한 정부와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 또 당부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K-방산은 수출이 지속가능해야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방산컨트롤타워의 역할과 기능이 하루빨리 보강돼야 한다. 또한 방산수출과 에너지를 포함한 자원교역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종합상사형 글로벌 교역기업을 구축해 다양한 요구사항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즉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찾아 나서서 매출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핵심 역할은 대부분 군, 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퇴직한 전문가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난 시절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추구했던 세계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한 맞춤형 글로벌전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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