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업계 "건설·운영·수출 등은 한수원이 알아서 할 일, 정부는 부지 확보 등 행정적 지원 나서야"
7차 전기본 천지·대진 원전 부지는 이미 매각…새 부지 확보 안되면 탈원전 폐기는 공염불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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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전업계가 신규 원전 부지 확보의 신속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신규 원전 부지 확보 관련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공식화했으나 2025년에야 착공될 전망이며 후속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은 여전히 미지수다.
올해 초 공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계획기간 종료 해인 2036년까지 신한울 3·4호기 운영을 끝으로 신규 원전 설비 계획이 없는 상태다.
신한울 3·4호기도 7차와 8차 전기본까지 포함됐다가 9차에서 제외된 바 있다.
오는 2027년 5월까지인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마련될 차기 전기본은 2024년과 2026년 각각 수립되는 11차와 12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기 전기본에 신규원전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부지 확보 없이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전 건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일 "정부가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 4기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원전을 건설할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확보했던 천지, 대진 원전 부지를 매각했다. 지난 정부에서 봤듯이 전기본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정부와 산업부가 탈원전 폐기에 진심이라면 한수원이 신규 원전 부지를 다시 구입하기 위한 행정 지원을 하루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 건설, 운영, 수출 등은 한수원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말로만 신규원전을 짓겠다고 하지말고 실질적, 행정적 조치에 힘써야 한다"며 "그게 아니면 원전 확대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업계에서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 비중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 공학과 교수는 이날 "10차 전기본이 신규원전 건설 없이 원전비중 30%를 맞추기 위해 목표수요를 턱 없이 낮게 잡았다"며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기본은 최대 전력수요를 113.2GW(2029년)로 추산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수립한 제8차와 제9차 계획에서는 각각 100.5GW, 100.4GW (2030년 기준)로 줄었다. 이번 10차 계획에 103.4GW로 소폭 늘었으나 여전히 과소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한울 1∼4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가동과 노후원전 12기 계속운전으로 비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력수요가 낮게 산정돼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며 "예상보다 전력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2030년 이후 원전 비중은 30%를 밑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신임 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출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하추종운전이 가능한 신규 대형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원전 비중을 30~50%까지 확대하는 게 적절하다"며 "국내 전력수급은 물론 해외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신한울 3·4호기 후에도 신규원전 건설이 더 필요한 만큼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신규 원전부지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가 발표한 NDC 상향안에는 2030년 전체 발전량이 612.4테라와트시(TWh)인데 10차 전기본은 615TWh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작 3TWh 늘어났다. 이는 탄소중립으로 인한 전기소비 증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실질적인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센터, 건물·수송 등 수요를 반영하면 2030년 전력수요는 730TWh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30년까지 전기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달성 가능한 발전믹스를 따져야 한다"며 "탈석탄 기조를 유지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과 이용률을 생각했을 때 원전을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