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세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0 13:35

김다니엘 건설부동산부 기자

증명사진
부동산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그 효용성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전세포비아’ 확산으로 전세무용론을 넘어 전세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은 각종 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 구로·금천·중구·고양시·파주시·인천 동구의 빌라 월세 비중은 10%p 이상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확산에 따른 피해를 입을까 염려 때문으로,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자들이 월세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가능성이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205건 가운데 올해 1~6월까지 동일 단지·면적·층에서 1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3만7899건의 최고가 기준 보증금을 비교분석한 결과, 직전 계약보다 전세 가격이 하락한 거래 수는 전체 54%에 해당하는 2만30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전세 거래의 전세보증금 차액은 가구당 평균 1억152만원으로, 해당 금액을 거래건수(2만304건)에 대입하면 서울 지역에서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들이 돌려준 보증금은 총 2조61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시장이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역전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 계약된 서울 아파트 7만2295건 중 올해 상반기와 같은 단지·면적·층에서 거래된 2만8364건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전세 가격 수준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예정된 계약건의 58%인 1만6525건이 역전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 분위기가 국지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 역전세난을 해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이 현상은 향후 1년 이상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일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7월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인 대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 전세제도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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