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선명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대반격 전황, 전쟁 뚫어낼 ‘한 방’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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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러시아군 BMP-2 보병 전투차를 확인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2주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강력한 러시아군 저항에 막히면서 ‘교착 전황’이 선명해지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대러 전선 상황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 글을 통해 대반격 전선에서 "힘겨운 싸움"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말랴르 차관은 "적은 쉽게 진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힘겨운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남쪽에서 여러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지만 동부에서는 러시아군이 화력을 집중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동부와 남부 모두 격전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방어선을 뚫어야 하는 대반격에서 예상보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부터 1000㎞에 달하는 전선 곳곳에서 점령지 탈환을 위한 반격 작전을 개시해 일부 지역을 탈환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촘촘한 방어선에 막혀 상당한 병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공중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 방어선 돌파를 시도하면서 대반격 초기 공세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군사적으로 참호 안 적을 공략하는 데는 폭격기가 공중에서 지원사격을 퍼부어 엄호하는 상황에서 지상군이 대대적인 공격을 펼치는 방법이 정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군 전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이런 항공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반면 러시아는 방어 도중에도 우크라이나 전국 주요 도시에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공습 등 공중을 이용한 후방 교란 작전도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공중의 빈틈’을 매우기 위해 서방에 F-16 전투기 지원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지난달 말 이를 승인했으나 이번 대반격에 투입하기에는 늦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헤르손 탈환 때는 공중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미사일이나 로켓포로 러시아 보급선과 지휘통제소 등을 장거리에서 타격하는 전략을 펼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헤르손 공략 때는 러시아군 보급선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 덕에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목표는 헤르손만큼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WSJ은 이런 대반격 초기 차질이 이번 우크라이나 공세가 길고 험난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짚었다.

필립스 오브라이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전략연구 교수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전력을 소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그들은 공중에서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창끝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길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며 "이는 아주 잔인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교착을 인정한 우크라이나는 이 국면을 위한 ‘한 방’을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말랴르 차관은 "계속되는 작전에는 여러 목표가 있다. 군은 이들 임무를 충실히 수행 중"이라며 "최대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추가 전력 투입으로 대반격 공세를 더욱 강화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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