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환경에 짓눌린 사이코패스 정유정, "분노 탐색"에 54명 스쳤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1 20:24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시신 유기한 정유정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시신 유기한 정유정.부산경찰청/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세)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선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와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결심한 지난 5월 20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동선, 범행대상 물색 방법, 범행 준비·실행 과정 등을 수사했다.

그 결과 이번 범행은 단독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 살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 측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은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다"며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본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한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조부 손에서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와 조부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삶을 살았다.

여기에 대학 진학 실패, 공무원 시험 불합격, 구직 실패 등도 잇달아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범행 동기 분석을 위해 대검 심리분석실의 통합심리분석, 범죄심리학자 자문, 주거지 압수수색, 본인 휴대전화 포렌식, 인터넷 검색 기록 분석, 조부 등 가족 조사, 아버지와의 통화 녹음 파일 분석 등을 시행했다.

정유정 사이코패스 지수는 앞선 경찰 단계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28점대로 나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26.3점이었다.

이는 환경적인 변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통합심리분석 결과 정유정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런 행동을 하는 데 거리낌 없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검찰은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서도 정유정이 쓴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는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확보했다.

또 정유정은 자신의 분노를 소위 ‘묻지마 살인’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 과외 앱을 통해 과외 강사 54명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이 용이한 대상을 선별,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은 혼자 거주하고, 여성이고,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 수업 가능한지 여부였다.

검찰은 정유정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A씨가 이런 조건에 부합해 범행 대상으로 선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유정이 ‘신분 탈취’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밖에 검찰은 정유정이 ‘살인 방법’과 ‘사체 유기’ 등 살인과 관련해 인터넷에 검색한 내용도 확인했다.

다만 정유정은 계획적 범행 시도에도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정유정은 운전면허 및 자동차가 없어 범행에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 경험이 적어 곳곳 설치된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은 A씨 살해 뒤 시신을 훼손하고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잡아 탔다. 그는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그러나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정유정을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 측은 "본건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과외 앱을 통해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학생으로 가장해 접근한 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사안"이라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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