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펙수클루' 11개월만에 매출 300억 돌파
年1천억 목표에 1400억 1위 '케이캡' HK이노엔 긴장
기존제품 대체 차세대 신약시장 쌍끌이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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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 ‘케이캡’(왼쪽)과 대웅제약 ‘펙수클루’. 사진=각사 |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국내 매출에서 승승장구하면서 1위인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벌인 두 제약사는 이같은 경쟁 구도가 불편하지만 않다. 펙수클루와 케이캡이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대체할 차세대 계열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양측이 대체 치료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동반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대웅제약과 HK이노엔 간 ‘적과의 동침’ 구도가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11개월간 국내 누적 처방액 319억원을 달성했다.
출시 이후 6개월만에(지난해 12월) 100억원을 돌파했고, 이후 3개월만에(올해 3월) 200억원, 다시 2개월만에(올해 5월)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월평균 15%씩 성장하는 놀라운 속도이다.
펙수클루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반감기가 9시간으로 가장 길어 약효가 오래 지속돼 야간 속쓰림 증상 등을 현저히 개선시킨 것이 강점이다. 지난해부터 필리핀, 에콰도르, 칠레 등 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최근 모로코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의 성장 기세를 몰아 펙수클루의 적응증과 복용 편의를 위한 제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올해 매출 1000억원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펙수클루 성장세에 선발주자이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국내 매출 1위인 ‘케이캡’을 보유하고 있는 HK이노엔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019년 3월 출시된 케이캡은 지난해 1321억원의 국내 처방 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 1분기 357억원의 처방 실적을 올려 지난해 1분기보다 15.2%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총 14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케이캡 역시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7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해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케이캡의 성장세도 탄탄하지만 성장 속도는 후발주자인 펙수클루가 더 높은 만큼 향후 1위를 향한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나, HK이노엔은 펙수클루의 선전이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위기이다. 아직 케이캡이 보유하고 있는 적응증 수가 펙수클루보다 많고, 무엇보다 펙수클루의 성장이 차세대 계열 치료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과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는 모두 차세대 계열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이다. 기존 계열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치료제의 일반적 단점인 소화불량을 유발하지 않아 식전·식후 언제든 복용 가능하고, 약효 발현 속도, 약물 상호작용 등을 개선한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덕분에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2019년 케이캡 출시 이후 빠르게 PPI 제제에서 P-CAB 제제로 대체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약 1500억원, PPI 제제 시장은 약 6000억원, 두 계열과 기타 계열을 포함한 전체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총 9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성장이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전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제제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업계는 기존 PPI 제제의 위산분비 억제효과가 강력하고 P-CAB 제제가 아직 신약이라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점치기 아직 이르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P-CAB 제제가 다양한 PPI 제제의 보완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빠르게 PPI 제제 시장을 대체하고 나아가 전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자체의 성장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