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사 납품가 내리면…라면가격 인하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6 18:00

정부, 라면업계 이어 제분업계 물가안정 요청
"제분가격 내려도 미지수"…식품업계 눈치보기
편의점 빙과류 인상에 소비자단체 "인하해야"

연합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아이스크림.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라면제품 가격을 콕 집어 가격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정부의 식물물가 관리 칼날이 라면제조사에 이어 제분사로 겨눠지자 라면업체를 포함한 식품업계가 눈치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정부의 가격인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누가 먼저 인하의 첫 단추를 푸느냐를 놓고 업체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아이스크림과 커피음류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최대 25% 올리겠다고 밝힌 편의점업체에도 소비자단체의 비판과 함께 가격 인하 목소리가 터져나와 편의점 업체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들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가격 인하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주재료인 밀가루 외에도 다른 원부자재와 물류비·에너지·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 부담이 커 당장에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게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라면업계가 밀가루 공급가의 가격을 손대지 않았다며 형평성을 언급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 등 국내 주요 제분사와 간담회를 갖기로 해 라면업계의 인하 반대 명분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와 제분사 간담회에서 농식품부는 소맥분(밀가루)의 공급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고, 제분업계가 수용할 경우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 여부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분업계에 따르면, 올 2월 국제 밀 선물 가격은 톤당 276달러로 지난해 5월(419달러)와 비교하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평년(201달러)보다 높은 상태다. 정부의 권고로 제분업계가 가격 인하에 당장 나설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밀가루 공급가 변동에 따른 가격 인하 여지가 있다고 진단하는 의견도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밀가격이 내려가도 회사가 납품받는 밀가루 값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추후 제분업체의 밀가루 공급가가 내려가면 가격 인하를 검토해 볼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식품물가 안정 기류 속에서도 일부 식품의 가격 인상이 발표돼 소비자단체들이 인상이 아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사들이 편의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인상했다는 이유로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가 7월 1일부터 스크류바·죠스바·수박바·와일드바디·돼지바·아맛나 등 아이스크림 8개 제품 값을 최대 25% 올리기로 한 것이다.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일부 커피음료 가격도 100~300원씩 인상한다.

이처럼 아이스크림·음료류 줄인상 소식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26일 "가격 인상 요인이 완화되는 이 시점에서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물가 안정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담합이 적발된 후로도 지속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빙과, 아이스크림도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가 인상으로 부담이 늘면서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고객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여러 제조사에서도 원자재 등 생산 비용이 늘다보니 (유통업체 입장에서) 적절한 가격을 매기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두둔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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