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할당의 덫'…도입 7년 만에 고비 맞은 배출권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7 14:58

가격 급락으로 2년만 1만원대…탄소감축 효과 의문에 ‘유명무실'

환경부, 시장안정화 조치 조건 충족…"시장상황 종합적으로 검토"

"기업 탄소감축 투자 필요성 못 느낄 것…금융상품 개발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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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가 배출권 거래시장의 활성화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근본 취지인 기업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배출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도에 대한 ‘유명무실’ 평가까지 나왔다. 이에 탄소 배출권 제도가 2015년 국내에 첫 도입된 뒤 7년여 만에 대대적인 개편의 고비를 맞았다.

현행 시행 제도는 3차 계획으로 계획기간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간이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차 계획 시행을 위한 제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현재 배출권의 시장 가격은 공급이 넘쳐나면서 1년 전보다 무려 39%나 떨어졌다. 정부는 시장에 푸는 물량을 계획보다 줄이는 것으로 변경했다.

배출권 시장에는 시장조성자로서 증권사도 참여하지만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배출권 수급 예측과 설계 등에서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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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KAU-22) 종가 추이(2022.06.27∼2023.06.27)(단위: 원/톤) 자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



27일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래하는 배출권(KAU-22) 시장 가격(종가 기준)은 1톤(t)당 1만4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배출권 가격이 1만7050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9%(6600원)나 하락했다.

배출권 가격이 1만원대로 나타난 건 지난 2021년 6월 이후 2년 만이다.

최근 배출권 하락은 공급량이 넘쳐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10일과 이번 달 12일 예정된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를 당초 계획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배출권이 이미 시장에서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경매를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됐다.

현 배출권 거래제는 3기로 대상 기업에 배출권 전체 물량의 90%를 무상으로, 나머지 10%는 유상으로 할당했다. 배출권 거래제 3기는 오는 2025년까지 진행된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4월에 배출권 가격이 계속 하락하자 가격에 하한선을 정하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한 바 있다. 시장안정화 조치를 했지만 지난 2021년 6월 배출권 가격은 1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재 배출권 시장은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라 시장안정화 조치를 발동 요건은 충족했다.

시장안정화 조치는 직전 2개 연도 배출권 평균 가격의 60%(약 1만2000원)에 도달하는 게 발동 조건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안정화 조치) 발동요건에 도달했다고 즉시 시행하는 건 아니다"며 "시장 상황과 미칠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봐야 된다. 현재 매일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시장화 안정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배출권 제도가 기업들의 탄소감축을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배출권이 싸니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고 대신 배출권을 구입해도 되는 것이다. 배출권과 연계한 금융상품 개발도 요원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탄소를 줄이는 데 대한 기회비용이 너무 낮다. 기업들은 당장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배출권이 시장에서 부족할 수 있는데 이월이 제한되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으로 거래할 수 없다. 파생금융 상품개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출권 시장 분석 전문업체인 나무이엔알(NAMU EnR)의 김태선 대표는 "배출권이 시장에서 남아돌고 있어 시장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며 "무상할당이 많아 물량통제가 잘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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