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세토끼' 잡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9 10:19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시행(2024년 6월14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7월 입법발의 된 이후 수년간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의 유관기관과 학계의 논의가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관련 전문가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견 조과 수정을 통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결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발전, 송전, 배전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해 전기사업법에서 규율해왔다. 전기사업법은 수차례 개정을 통해 ‘전기자동차충전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및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등의 전기 신사업을 도입하는 등 변화하는 전력시장 흐름을 반영했다. 그러나 대형발전소, 송전탑, 송전망 건설에 대한 사회적 갈등 발생과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인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현행 법령으로는 한계에 있다. 이번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배경에서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제철,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근간이 됐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시기에 해안가 중심의 대형발전소가 건설됐고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송전탑과 송전망을 신속히 건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아래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GDP는 1953년 67달러에서 현재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넘보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다만 이같은 전력시스템의 특징으로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과 같이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한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높지만 해안가의 대형발전소를 보유하지 못한 서울, 대구,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전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돼 가전제품, 냉난방의 증가 등으로 1인당 전기소비는 세계적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후변화 협약의 대응관점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한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전환 되는 등 전기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전기수요의 증가 추세에 맞춰 전기의 생산 및 공급시설도 더욱 증설해야 한다. 그런데 2013년 밀양 송전탑 갈등을 시작으로 당진 송전망, 동해안 송전망, 새만금 송전망, 수도권 송전망 등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갈등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최근에는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와 선탁화력발전소들이 완공돼 가동 중인 가운데 송전 제약 탓에 전기를 생산해도 보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동해안의 송전선로 용량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 기반의 집중형 발전 및 해안가에서 발전한 후 수도권 등으로 원거리를 송전해 소비하고, 송전망 기반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규모의 경제 중심의 전력시장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비해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지역 중심의 분산형 발전을 하고, 지역 단위 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역중심의 배전 네트워크 및 자가소비와 수요지 인근 거래를 그 특징으로 한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을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 시설 설치가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발전시설 및 송전망 구축이 필요없게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와 전력공급 안정화라는 ‘세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됐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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