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라면·과자 줄인하에도 "계획 없다"
하림·크라운제과 "경쟁사 인상때 안올리고 감내"
오리온 "9년간 동결, 작년 일부 인상 그쳐" 해명
이달 가격인상 빙과업계, 편의점 철회로 가시방석
![]()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과자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식품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압박에 라면·과자 등 일부 식품의 가격 인하, 편의점업계의 빙과류 인상 보류 등 식품유통업계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처럼 업계 전반으로 동참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들이 인하 대열에 합류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라면·과자 등 동종업계의 일부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움직임이 없어 ‘가격 버티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오히려 제조원가 상승 압박을 감내하며 오랜 기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며 물가 안정에 나름 기여해 왔다며 적극 해명하고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분사의 소맥분 공급가 인하 효과 등으로 원가 하락 요인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말 라면업계에 이어 제과·제빵업계까지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라면 제조사 가운데 프리미엄 라면을 내세우고 있는 하림그룹은 이번 가격 인하 릴레이에 가세하지 않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하반기 다른 라면 제조사들이 단행한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밀가루 국제선물 가격 폭등에 따라 농심을 시작으로 오뚜기·팔도·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업체들은 평균 9~11% 가량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주재료인 밀가루 외에도 액상스프에 활용되는 원자재 값 역시 원가 상승·환율 급등에 따른 상승 압박이 지속돼 왔다"며 제조 비용을 감내해 온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21년 선보인 장인라면과 올해 내놓은 챔라면 모두 제품 출시 후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었다"며 당분간 라면 가격 인하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오랜 기간 가격 동결을 선언해 온 점에서 제과기업 오리온도 하림처럼 ‘당장에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 총 60개 제품 중 초코파이 등 16개 과자 가격을 평균 15% 올렸다. 원가 압박을 감내해 왔으나 부담이 커지면서 2013년 이후 9년 만에 가격 인상을 한 점과 나머지 30여개 제품은 기존과 같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음을 적극 해명했다.
다만, 지난해 가격 인상 뒤 오리온의 당해 영업이익률이 15%로 육박하자 일각에선 가격 인하 여지가 충분하면서도 이전 가격동결 부분만 내세워 가격인하 압박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같은 기간 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롯데웰푸드가 이달 들어 가격 인하에 동조해 과자 3종 가격을 내려 오리온의 해명과 행보가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도 제조 원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전 품목에 원가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원가 안정화를 이루면 제품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한다는 기존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크라운제과도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 계획이다. 같은 계열사인 해태제과가 이미 가격 조정에 나선 것과는 다른 행보이다. 해태제과는 7월부터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10% 인하하고, 채널별 재고 상황을 고려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2019년 이후 크라운제과는 단 한 번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만큼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인하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가격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라면·과자·제빵업계 다음 타자로 지목된 빙과업계의 가격 조정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이달 1일부터 롯데웰푸드가 아이스크림 총 15종을 대상으로 공급가를 인상하자 판매채널인 편의점업계도 소매가격 인상을 밝혔다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아이스크림 가격인상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제조사인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편의점 기준 지난 4월부터 아이스크림 값을 올리기로 했던 인상 계획을 보류했지만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이달 1일부로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인상 강행 입장을 밝혔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