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고 미래사업 투자하고···韓 기업 ‘자금조달’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2 11:14

SK·CJ 유증 후폭풍 지속···주요 대기업 동참 가능성도



한전·가스공사 채권발행 삼매경···‘적자 수렁’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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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조1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조 단위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을 계속하며 자금조달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개념보다는 당장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최근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2일 경제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CJ CGV는 지난달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혀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줬다. 유상증자는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에서 통상 기존 주주 입장에서 악재로 통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통해 1조1800억원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배터리 연구센터 같은 시설자금에 4185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에 4092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채무상환자금으로도 3500억원을 투입한다.

자회사 SK온의 상장이 지연된 것이 이 같은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차전지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돈 나올 구멍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가량을 SK온에 투입했다.

이와 별도로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도 최근 폴란드 동박 공장 증설을 위해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CJ CGV는 1조원 규모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주 7470만주를 발행하는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실시된다. 모기업이자 그룹 지주사인 CJ(주)는 여기에 600억원 가량을 넣는다. 이와 별도로 CJ(주)가 가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해 나머지 금액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도 CJ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실적 악화’다. CJ CGV는 2016년 튀르키예 리라화 폭락,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이미 수천억원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지속했지만 ‘5년 연속 순손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번 유상증자 금액 5700억원 중 3800억원도 채무상환에 사용된다.

공기업들은 채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전의 채권 순발행 규모는 지난 5월 1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만기가 짧은 단기채도 수천억원 단위로 발행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들어 채권 발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공기업이다. 올해 1~5월 발행액만 2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말에도 5억달러 규모 글로벌 채권을 찍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채권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영업적자가 계속되는데 요금 인상이 미뤄지며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7조4255억원, 지난해 33조90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손실)은 작년 말 8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1조6000억원까지 뛰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하며 한전의 채권 발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한 자금조달 작업 역시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조원 규모로 첫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액 녹색채권이다. 회사는 이를 토대로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등 적자를 내고 있는 대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일각에서 나오는 차입금 불발설이나 유상증자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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