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군인은 용서 받아도...미군기지라 애매했던 병사 폭행, 결국 처벌될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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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교육대 훈련.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병사 뺨을 때린 전직 육군 대령에 대한 군사법원 공소 기각 판결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대령 A씨에게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5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A씨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으로 일하던 2018년 3월 평택 미군 군사기지에서 병사가 경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5∼8차례 툭툭 치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군 검사 공소를 기각했다. 쟁점은 ‘외국군이 주둔하는 기지를 군형법 상 군사기지로 볼 수 있는지’였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그러나 군형법은 다르다.

군형법은 군사기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 등에서 벌어진 폭행·협박에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군 폐쇄성을 고려한 특례 조항이다.

피해 병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폭행이 일어난 미군기지를 한국 군형법상 ‘군사기지’로 본다면 A씨는 처벌받아야 할 처지였다.

A씨 측은 외국군이 주둔하며 미군 영토로 간주하는 미군기지를 군형법 상 군사기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군형법 특례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피해자 처벌불원서를 근거로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국군의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근거지에서 군인을 폭행했다면 그곳이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외국군의 군사기지인지 등과 관계없이 형법상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미군 기지라 하더라도 엄격한 상명하복 위계질서와 장기간 병영생활이 요구되는 병역의무 이행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국군 군사기지와 동일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법원인 서울고법이 사건을 보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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