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종차별 얼마나 심하길래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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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7일 알제리계 나엘(17세)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이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로 프랑스가 들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만의 독일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뒤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나엘(Nahel·17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민자들은 경찰이 비무장 나엘을 과잉진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방화, 약탈이 벌어졌다. 병력 수만명을 배치한 경찰은 시위대 수천명을 체포했다.

시위는 나엘의 할머니가 "폭동을 중단하고 파괴를 중단하라"고 호소한 뒤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톨레랑스(관용)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프랑스의 인종차별 역사를 살펴보고, 이번 일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프랑스 이민자 얼마나 되나

프랑스 헌법은 국가가 인종이나 민족을 기준으로 인구 통계를 내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인종별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민자(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는 약 7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총인구의 10%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이민자가 약 850만명(13%)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민자 대부분은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대도시에 산다. 특히 파리 밀집도가 높다.

이민자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 출신이 가장 많고, 마그레브 지역 출신이 그 다음으로 많다. 마그레브는 북아프리카 서쪽, 곧 알제리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 등을 가르킨다. 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 곧 서쪽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알제리 이민자 비중이 높다.

알제리는 프랑스와 특수 관계다. 오랜 식민지 기간을 거쳐 1954년부터 8년간 독립 전쟁을 펼쳐 1962년에 독립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편에 서서 나치 독일과 싸웠다. 전후 프랑스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자 알제리인이 대거 프랑스로 밀려왔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원조 격인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알제리 출신이다. 스타 플레이어 카림 벤제마는 리옹 태생이지만 할아버지가 1950년대 알제리에서 리옹으로 왔다. 떠오르는 스타 킬리언 음바페는 파리 출생이지만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이다.

2020년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평균 7~8% 수준이다. 그러나 이민자는 배나 높다. 특히 이민자 청년층은 고실업과 그로 인한 절망감에 시달린다. 이들은 언제든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장차 벌어질 내전의 시초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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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월 2일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차별과 폭동의 역사

프랑스 인종차별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포병장교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뚜렷한 증거는 없었지만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군부는 다른 증거가 나왔지만 이를 숨겼다.

이때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신문에 발표해 드레퓌스를 옹호했다. 이 바람에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1961년엔 이른바 파리 학살 사건이 일어난다.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년)이 한창일 때 프랑스 경찰은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발포했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뒤에야 프랑스 정부는 당시 발포로 40명이 사망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당시 사망자가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8년 간 이어진 알제리 독립전쟁에선 최소 30만명, 최대 150만명의 알제리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측 사망자는 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

2005년엔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아프리카 출신 청년 2명이 변전소에 숨어 있다 감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동 시위는 두 달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차량 1만대가 불타고 수천명이 체포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무관용 강경 정책을 밀어붙였다.

2023년 시위는 2005년 이후 최대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비슷해지는 프랑스?

미국은 인종차별 뿌리가 깊다. 1960년 민권운동을 통해 흑인의 지위가 향상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

2010년대 초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일어났다. 2012년 10대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게 단초가 됐다. 이후에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플로이드가 나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 국내 반이민 정서 힘 받을 듯

한국은 이민의 문이 좁다. 주요국 중 전체인구에서 이민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체류외국인은 200만명 안팎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4.87%에서 2021년 3.79%까지 줄었다가 2022년 4.37%로 증가했다. 2022년의 경우 체류외국인은 225만명이다. 국별로는 중국-베트남-태국-미국-우즈베키스탄-필리핀 순이다. 체류외국인은 등록외국인, 외국국적 동포 중 국내 거소 신고자, 단기체류자(3개월 이하)를 합한 숫자다.

출생률이 갈수록 떨어지자 이민자에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민청을 설립해 이민 정책을 체계적으로 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달 하순 "숙련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엔 반이민 정서가 매우 강하다. 문화와 종교,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들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민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프랑스를 보라"고 할 것이다.

인구 감소세를 우리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외부 충원이 대안이다. 그러나 이민 확대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래저래 인구 정책은 딜레마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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