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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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
최근 한국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힘입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예상되는 경쟁국의 내부 정치적 판단, 국제사회에서 이해관계의 변화, 기술이전 및 생산 조건에 대한 부담, 한국에 대한 이미지 등이 그 요인들이다. 이런 요인들은 방위산업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좋은 판단을 위한 좋은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고 단순히 베껴쓰는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혁신적인 수준에 이른 것이다. 국내 기술은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다른 국가나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해 자국의 독자적 무기체계를 발전시키고, 기술이전을 받아 자국 방위산업의 성장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 당분간 폴란드는 한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언젠가는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중요한 정보와 기술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때가됐다. 정보와 기술을 ‘관리’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가장 낮은 단계로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정보와 기술을 꾸준히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국내에는 이미 정보와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기준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개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약속했는 데 이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발전된 정보와 기술이 유출되거나 방향성을 잃고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방위산업 기술보호체계는 ‘방위사업법’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등을 기반으로 수출통제 및 지적재산권 등록 등 다양한 보호 장치가 있다. 기술 보호에 대한 노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핵심적인 정보와 기술을 접하는 전문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인력관리와 보안 교육 등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기술과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노력은 앞으로 확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와 기술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존 정보와 기술들을 잘 조합하거나 예술이나 문화와 같은 분야와도 결합해 새로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서, 때로는 기술이전 등 전략적으로 다른 국가 또는 기업과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협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중요한 결단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기준과 절차를 설정해 기술의 보호와 전략적 공유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정보와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 대상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다. 정보와 기술은 사회적인 인식을 새롭게 해 이것이 단순히 이익의 원천이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보호하고 발전시키며,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자원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