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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타스/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트위터 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러시아 자포리자 원전 공격 계획과 관련해 통화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 동료(마크롱)에게 자포리자에서 점령군 병사들이 위험한 도발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면서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이런 상황과 관련해 최대한의 통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로,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직후 점령했다. 이 시설은 작년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 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돼 현재는 가동 중단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야간 화상 연설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발전소가 공격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자포리자 원전을 위험하게 할 이는 러시아밖에 없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도 이에 앞서 성명을 내고 러시아 측이 4일 자포리자 원전 3·4번 원자로 지붕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조만간 이 폭발물들이 기폭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원자로에 손상을 가하지는 못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포격을 가한 것 같은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을 접수한 러시아 원전 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의 레나트 카르차아 사장 고문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7월 5일 야음을 틈타 우크라이나군이 장사정 정밀 무기와 자폭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자포리자 원전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더티밤’(dirty bomb)을 투하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핵 물질을 채운 무기다. 핵폭탄과 비교해 위력은 약하지만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양측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방사능 유출 사고 우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속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달 6일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원인 불명 폭발로 파괴된 카호우카 댐 사례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포격으로 댐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방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반격 작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군이 진격 경로를 차단할 목적으로 댐을 폭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선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IAEA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곧바로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면 자포리자 원전과 관련한 모든 재난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IAEA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보장을 위해 공격 금지와 중화기·군인 주둔 금지, 외부 전력 공급 보장 등 원칙을 제시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