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 처방전 꺼낸 당국…새 플레이어 효과는 '아리송'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5 14:38

윤 대통령 '돈 잔치' 지적에 TF 가동

"5대 은행 과점체제 깨야" 경쟁촉진 구상



지방→시중은행, 저축→지방은행 추진

"체급 차이 극복할까" 회의적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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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5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은 은행업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신규 플레이어들의 진입이 쉽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과점 체계가 굳어진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날 DGB대구은행은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단 시중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이미 막강한 데다 디지털화로 비대면 영업이 중요한 만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2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의 거액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은행의 ‘돈 잔치’를 지적하며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 속에서 은행들이 코로나19로 늘어난 대출 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1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16조9000억원) 대비 9.5% 증가했다. 이 중 5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7000억원으로 1년 전(10조8000억원) 대비 17.6% 늘었다. 전체 은행의 당기순이익 중 5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3.9%에서 지난해 68.6%로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대출과 예금의 점유율을 보면 전체 대출의 63.5%, 예금의 74.1%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 중 5대 은행의 자산 비율은 63.4%로 확인됐다.

은행

▲서울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 방안에서 은행권 내 경쟁 촉진을 가장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지방은행 등 신규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저축은행의 지방은행을 추진해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인가 방법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하면서 건전성·사업계획을 갖춘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범위 확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 합리화 등으로 시중은행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 상품 확대,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등 금리체계 개선 방안과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성과보수체계 개선,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단 특화전문은행 설립, 비은행권 지급결제 등은 검토를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김 위원장은 특화전문은행에 대해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이후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그때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급결제 업무에 대해서는 "시스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분야라 이번 TF가 종료된 후에도 참여 희망 금융회사의 유동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감독 강화 방안 등을 한국은행 등과 계속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논의가 경쟁 활성화에 초점을 둔 것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영업점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모바일 등 비대면 영업으로 영업 방식이 바뀌고 있어 1개 시중은행의 추가 등장이 큰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같은 메기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체급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견제할 만큼의 성과를 낼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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