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지난달부터 가격협상 진행중
음용유 최저 ℓ당 69원 예고…작년보다 높아
흰우유 1ℓ 3천원 돌파…업계, 정부 눈치보기
"값안정 차등가격제 도입 불구 농가부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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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아이스크림. 사진=연합 |
정부가 우유가격 인상 억제를 위해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했지만,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 큰 데다 일부 유업체는 일찌감치 제품값 조정(인상)에 나서 소비자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9일부터 원유 1리터(ℓ)당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용도별로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생산비와 소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매긴다. 기존 원윳값 연동제는 수요와 상관없이 생산비와 연계해 가격을 결정했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은 1ℓ당 각각 음용유는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 범위로 예고돼 있다. 현재 유가공업체들은 ℓ당 996원으로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음용유 기준 올해 원유 값이 반영되면 최저치로 잡아도 69원으로 6.9% 이상 오르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49원)보다 높은 인상폭으로 원윳값 연동제가 시행된 지난 2013년(106원) 이후 최대치다.
이대로 원윳값 인상이 확정되면 원유가 사용되는 흰 우유는 물론, 유제품·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유업체 기준 서울우유는 흰 우유 1ℓ에 2890원,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900㎖에 각각 2860원, 28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 모두 지난해 원윳값 상승 이후 인상분을 적용해 평균 6~9%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도 우윳값을 올린다면 1ℓ 소비자가 기준 3000원대를 돌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업계는 올 들어 정부 권고에 라면·제과·제빵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선 만큼 원윳값이 올라도 당장에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비판을 감수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도 등장해 벌써부터 가격 인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이달 1일부터 총 55종 치즈 제품 중 19개 제품 가격을 최대 15.6% 올리기도 했다. 연초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원가 부담을 감내해왔지만, 원부자재 등 생산비가 지속 상승한 이유에서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활용 범위가 넓은 원유뿐 아니라 설탕 등 재료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뛰었다"며 "원자재값은 요지부동 상황에서 제품값은 내리라는 분위기니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국내 식품사들이 유가공품·아이스크림 등을 제외하면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큰 가격 인상 요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원윳값 협상으로 낙농가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지원책보다 젖소 사육에 드는 사료값 안정화로 생산비 절감을 이뤄 인상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한국사료협회에서 배합사료 제조업체 8곳과 간담회를 가진 농식품부는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곡물 가격 하락분을 배합사료 가격에 조기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도 최저치가 작년보다 웃도는 것은 농가에서도 재료비 외 생산비가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이번 간담회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사료값 인하 시 올해보다는 내년 원윳값 협상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