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
물가 상승률 둔화, 경기 위축 우려
"외국인 현물 매수세…자금 유출 문제 없어"
금리인하 기대감 경계, 매파적 발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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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높일 경우 한미 간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지만 아직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열리는 한은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4월, 5월까지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다. 이번에도 동결 결정을 내리면 4연속 동결에 나서는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보다 낮은 3.3%로 제시한다.
경제 위축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1.4%로 예상한다. 지난 2월 전망치인 1.6% 보다 낮아진 것으로 잠재 성장률(2%)을 하회한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경기 위축 우려가 더 커진다.
변수는 역전된 한미 간 금리 격차다. 미국이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미 간 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높일 경우 한미 간 금리 차는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그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역대 최대 폭이다. 미국은 지난달 점도표에서 올해 정책금리 전망 중간값을 5.6%로 기존(5.1%) 대비 0.5%포인트 상향 조정해 두 차례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암시한 상태로, 이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간 금리가 장기간 벌어지면 수익률을 좇아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하는 외국인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국내 물가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 전문가들은 한미 간 금리 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은 당장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미 간 금리 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지금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6월 7일 이후 최근까지 연달아 국채 현물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장기물 중심으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과의 금리 차가 발생하더라도 매수 영역의 레벨인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를 고려하면 자금 유출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연준 긴축 불안이 국내로 전이되는 이유는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초래하는 환율 변동성 때문"이라며 "지금과 흔히 비교되는 지난해 10∼11월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당시 환율 변동성이 높았던 이유는 연준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국내 유동성 경색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금 두 가지 현안이 다 해결됐다고 볼 순 없으나 우려는 덜하다"고 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두 차례 올릴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시장에 던진 신호와 달리 미국에서 디스인플레이션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어 정책금리 추가 인상에 신중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호주 중앙은행의 7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동결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은 5∼6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높인 후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나 7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미국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높인다면 한은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겠지만, 한 차례 높이는 데 그친다면 한은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대응하는 것은 환율 변동성인데 원화 약세 요인인 무역 수지가 흑자로 전환했다"며 "연준이 추가 인상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춘다. 연준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은도 추가 인상을 할 수 있겠으나, 한 차례 인상할 경우에는 한은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동결을 지속하면서도 매파적 발언은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나 연구원은 "지난 5월 금통위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반대로 혹시 모를 추가 인상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5월과 유사한 수준의 매파적 태도를 드러내면 바뀐 상황에서도 한은의 스탠스가 그대로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