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번째 '기기 반값' 할인…"소비자 부담 경감"
신제품 단골마케팅 점유율 6→11% 효과 있었다 평가
업계 "제살 깎아먹기 수익감소"…BAT "수요확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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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BAT로스만스가 출시한 ‘글로 하이퍼X2’. 사진=조하니 기자 |
업계에선 기기 보급률을 높여 시장 순위의 역전을 노린 전략이라고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수익성을 깎아먹는 출혈성 고육책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는 등 대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출시 반년도 안돼 ‘파격가’ 공세
BAT로스만스는 가격 프로모션 차원에서 지난 10일부터 4주 동안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글로 하이퍼X2’를 정상가(4만원)보다 50% 저렴하게 판매한다. 높은 할인율은 물론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 포함돼 소비 접점도 넓다. 그만큼 구매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의미인데 판매 수량이 한정된 점을 제외하면 구매 조건도 없다.
눈에 띄는 점은 프로모션 주기다. BAT로스만스는 이미 지난 4월 17일부터 6월 8일까지 ‘하이퍼X2’에 한해 반값 판매 전략을 취했다. 프로모션이란 명목과 할인폭, 구매 조건이 없는 점까지 똑같다. 이 제품이 지난 2월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여태껏 총 판매 기간 중 절반 이상을 할인가로 내놓은 셈이다.
업계는 BAT로스만스가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참전한 만큼 기기 판매량을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상 기기 보급률을 늘리면 호환되는 담배 스틱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점유율 부문에서 ‘저가 공세’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BAT로스만스는 2021년 10만원대의 글로를 90% 저렴한 9900원에 판매하거나, 글로 프로 슬림도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99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여러 차례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2020년 약 6%였던 BAT로스만스의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1.72%까지 상승했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경쟁사인 KT&G와 한국필립모리스가 시장 점유율을 각각 40%대씩 양분하고 있다.
◇"점유율 얻고 수익성 포기" 평가도
그러나, 담배 디바이스 할인을 통해 소비 점유율 상승 전략이 먹히는 듯 보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말 못 할 속사정이 있겠지만 프로모션을 지속 확대하느라 재무 부담이 늘었을 것이고, 동시에 마진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법인인 ‘BAT코리아제조’ 매출은 5398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46억원으로 11.9% 줄었다. 원가 부담과 판관비가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10.7%에서 8.3%로 떨어졌다.
국내 담배 유통·판매를 맡은 BAT로스만스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상태다. 조직 통합으로 영업소로 전환됨에 따라 공시 의무가 없어진 이유에서다. 다만, BAT코리아가 BAT로스만스로 통·폐합된 2021년 1월~8월 영업손실만 213억원으로 전년(13억)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적자 전환된 바 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마진과 프로모션 성과 등 실적 관련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며 "프로모션 전개는 성인 흡연자들이 일반 연초보다 위해성이 낮은 제품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