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법, 제약업계 수천억달러 손실 초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13 16:56

바이오협회 BIX 컨퍼런스…美바이오협회 부회장 우려
"빅파마 약값 인하 시 한국 제약사 기술수출 감소 초래"

BIX 2023 미국 IRA법

▲미국바이오협회(BIO)의 낸시 트래비스 부회장(오른쪽)과 힐러리 스티스 국제협력국장이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바이오 전문가의 지적이 나와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바이오협회 주관의 글로벌 바이오산업 행사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의 컨퍼런스에서 낸시 트래비스 미국바이오협회(BIO) 부회장은 바이든 정부로부터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약값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수익 악화를 이유로 기술도입(라이선스 인)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한국을 비롯한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1년 7월 ‘미국 경제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기업간 경쟁을 촉진시켜 미국 내 의약품, 임금, 기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미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이 행정명령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했다. IRA법 역시 이 행정명령을 반영해 미국 국민의 약값 부담을 덜고 의료보험(메디케어) 재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전문의약품(처방의약품)의 가격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제약사들이 경쟁을 하지 않아 약값이 비싸다고 보고 전문의약품 약가인하와 약가 조작방지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최근 이 행정명령에 반발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 내 처방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면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익이 악화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술도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이는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미국 IRA법이 한국 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주제 발표를 맡은 트래비스 부회장은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제약사들이 입을 손실은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8월까지 (약가인하에 관한 종합계획) 절차가 모두 마무리돼 9월 모든 의약품의 최종 약가가 발표되고, 2026년 1월부터 해당 약가로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래비스 부회장은 "글로벌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아니면 IRA법으로 인한 약가인하 우려는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바이오기업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글로벌 빅파마에 미국 정부의 약가 통제가 이뤄지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트래비스 부회장은 미국바이오협회 차원에서 자국 제약바이오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협회는 IRA법과 경쟁촉진 행정명령이 바이오기업의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의회에 전달했다.

트래비스 부회장은 "IRA법은 중국 원료의약품 등 특정 국가가 공급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미국 동맹국간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바이오 강국 중 하나이다. IRA법이 본말이 전도돼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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