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 2023서 '美 VC들이 韓 바이오텍에 투자 안하는 이유' 컨퍼런스
美 VC "韓 기업이 생각하는 기업가치, 美 기업보다 3배 높아 투자 곤란"
"韓, 기술 높지만 아직 美에 안 알려져...수익창출 등 세부계획 부족"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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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의 ‘미국 VC들이 말하는 한국 바이오기업에 투자 안하는 이유’ 컨퍼런스에서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최근 국내 바이오텍들이 국내 투자시장 위축으로 해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과도하게 높게 평가된 한국 바이오텍의 기업가치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바이오텍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미국 투자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폐막한 한국바이오협회·리드엑시비션스코리아 공동주최 바이오 컨벤션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 2023)’의 컨퍼런스에서 미국 투자회사 소속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한국 바이오텍의 기술수준과 한국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이유, 한국 바이오텍이 해외 투자를 받기 위한 조언 등을 들려줬다.
‘미국 VC들이 말하는 한국 바이오기업에 투자 안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이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5명의 미국 VC들은 모두 한국 바이오텍의 기술 수준이 미국·유럽과 견줄만큼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바이오텍이 잘 알려지지 않아 한국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한국계 미국인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전문가인 노엘 지 노보홀딩스 VC는 "미국 투자업계는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데, 미국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한국 바이오텍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며 "한국 바이오텍들이 최근 들어 미국 투자유치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VC들은 한국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한국 바이오텍의 기업가치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비앙 노더슨 비보캐피탈 VC는 "한국 바이오텍의 인적 구성이나 혁신성은 미국·유럽과 동등한 수준"이라면서도 "한국 바이오텍의 기업가치는 유사한 미국 바이오텍보다 3배나 높게 평가돼 있어 투자자로서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투자 후 회수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바이오텍에 대해서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 조니 후 멘로벤처스 수석 VC는 "많은 한국 바이오텍 CEO들은 유치한 투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세부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숀 푸 버텍스벤처스 VC 역시 "언제부터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다"고 말해 투자 유치 이후의 지출 계획과 수익창출 계획이 좀더 구체적이어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바이오업계 역시 미국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우리 기업가치와 우리 바이오텍이 생각하는 자신의 기업가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국내 바이오텍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의 평가기준에 맞는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등에게 고액의 가치평가 컨설팅을 의뢰해야 하는데 비용부담 때문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바이오텍 관계자는 "해외 투자유치에 앞서 국내에서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바이오텍은 재차 투자유치를 위해 고액의 해외 컨설팅 의뢰 대신 기존 국내 투자회사 VC들이 수행했던 기업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해외 투자유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국내 VC들이 수행했던 기업가치 평가 중에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 ‘바이오벤처 거품’이 꺼지기 전에 수행됐던 평가가 많은 만큼, 현재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리 바이오텍의 기업가치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 투자자와 한국 바이오텍 사이의 평가에 대한 괴리가 좁혀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