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강수량 평균 두 배 넘겨…"미국·유럽선 폭염 국가별 신기록"
기상이변에 물부족·공장 가동중단·대정전 등 재난 위기 도래
▲경북 예천군 효자면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지난 17일 복구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기상이변에 ‘역대급’이란 단어는 이제 흔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 가뭄·폭염·호우·폭설·한파 등 기상이변이 연속으로 기록을 경신하며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가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아 에너지·곡물 수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 장마철 강수량 평균 두 배 넘겨…"미국·유럽선 폭염 국가별 신기록"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평균을 이미 두 배를 넘겼다.
장마철인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전국 누적강수량을 531.0mm로 같은 기간 평균 누적강수량(1973∼2023년) 247.6mm보다 2.1배 많다.
같은 기간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전국 누적강수량이다.
이대로면 지난 2020년 기록한 역대 장마철 최다 강수량 696.5mm를 깰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수일수도 올해 장마철 16.6일로 같은 기간 평균 강수일수 11.7일보다 4.9일 더 많다.
극한호우에 인명피해 규모도 컸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50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사망자를 포함해 모두 41명이다.
사망자 수가 46명을 넘길 시 1998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다. 역대 가장 인명피해가 컸던 때는 1998년으로, 태풍 ‘예니’ 상륙 사망·실종자가 총 382명이나 됐다.
올해 장마 전에는 가뭄 피해도 심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남부지방 가뭄이 올해 봄까지 이어져 산업단지 용수, 농업용수,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도 부족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가뭄이 심각해지자 "섬진강 본류 하천수를 끌어다 (여수·광양) 산단에 공업용수 공급을 추진하는 등 예비 방안을 준비하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지중해 지역의 폭염이 이번 주 중반까지 이어져 국가별로 신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MO는 "주중(7월 17일)까지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포함한 지중해 곳곳에서 폭염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8월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지난 16일 낮 최고기온이 53.3도에 달했다. WMO에 따르면 지구상 역대 최고 기온은 1913년 7월 데스밸리에 있는 퍼니스 크리크에서 기록된 56.7도다.
캐나다에서는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882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지대에서 기온이 52.2도에 달하면서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이상 기후로 곡물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쌀·설탕·카카오·커피 등 식량 가격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양국 농산물이 흑해를 통해 안전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이 지난 17일 러시아의 탈퇴로 종료됐다.
주요 쌀 수축국인 태국과 밀 수출국인 호주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설탕 가격은 주요 생산국인 인도와 브라질 등지에서 가뭄이 이어지면서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가뭄도 연초 글로벌 곡물시장을 뒤흔들어놨다.
세계 최대 대두유·밀가루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곡물 수출량이 올해 21~33%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2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대두 선물 가격은 9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국토 54%가 가뭄 영향권에 들었고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볼리비아 등도 극심한 가뭄지역으로 분류됐다. 강바닥·호수가 말라붙어 곡물 작황을 망치는 등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평가됐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만 놓고 봐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체감온도 40도를 넘는 날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 3월 기온만 놓고 보면 중부 지역에서는 62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세계 최대 밀 생산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지난해 밀 수확량이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세계 곡물시장에 파장을 몰고 온데 이어 남미발(發) 곡물 대란이 또 일어난 것이다.
이같은 곡물시장 파동은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는 일반 소비자의 밥상물가까지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시아 폭염 현황. 연합뉴스 |
◇ 기상이변에 물부족·공장가동 중단·대정전 등 재난 위기 도래
지난해에도 기상이변 현상은 예외가 아니었다.
남부지방의 역대 최장 가뭄이 이어졌다. ‘6개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일정량 이상 적은 상황’을 말하는 기상가뭄은 지난해 남부지방에서 227.3일 발생해 1974년 이후 가장 길었다.
장마는 중부지방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지난해 8월 8일에는 서울 남부지역 등에 1시간에만 100㎜ 이상 집중호우가 내렸다.
‘6개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일정량 이상 적은 상황’을 말하는 기상가뭄은 지난해 남부지방에서 227.3일 발생해 1974년 이후 가장 길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서울과 경기 수원시 등에서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 2021년에는 3월 전국 평균기온이 8.7도, 최고기온은 14.8도, 최저기온은 3.1도로 1973년 이후 모두 1위를 기록해 역대 가장 빠르게 서울에서 벚꽃이 피기도 했다.
2021년 1월에는 기온 변동 폭이 역대 가장 커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월 초에는 서울이 영하 18.5도로 1980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서울 기온을 기록했고 제주도에는 역대 처음으로 한파경보가 발효됐다.
하지만 1월 21∼25일에는 전국에 고온 현상이 나타나 5일 연속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역대급 가뭄이 이어져 물 부족으로 원자력발전과 수력발전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텍사스 지역에 한파와 폭설로 난방 전력수요가 치솟아 대정전이 발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들이 한파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500만 가구 이상에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최근 까지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도 기상이변으로 촉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해 겨울 유럽에서는 북해 풍속이 줄면서 풍력 발전량도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13%에서 5%로 급격히 줄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럽 등에 대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막혀 공급망이 무너진데다 유럽지역 한파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위기의 파장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로 확산됐다. LNG 가격 급등과 함께 영국의 에너지요금은 전력도매가격 기준으로 7배나 치솟았다. 우리나라도 가스·전기요금이 올라 난방비·냉방비 ‘폭탄’을 맞았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또는 미수금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