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잔고 1~3위 종목, 외국인 수급에 주가 상승
주성엔지니어링, HLB 등 다음 숏스퀴즈 타겟 주목
증권가선 "예측 불가"...급락 시기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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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에코프로 등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가 ‘숏 스퀴즈’ 현상으로 인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또 다른 숏 스퀴즈를 기대하며 공매도 잔고가 많은 다른 종목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떤 종목에 숏 스퀴즈가 들어올지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은 언제 주가 급락이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엘앤에프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3.04%, 1.97% 내린 108만3000원, 27만35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장 초반 하락 출발했다가 오후 상승 반전해 0.42% 오른 3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이익률이 하락한 것이 2차전지 관련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 대세다. 지난 17일 기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엘앤에프는 각각 코스닥 시장 공매도 잔고 규모 1위(1조4473억원), 2위(1조3095억원), 3위(4269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연초 이후 주가가 네 배, 에코프로는 무려 10배가량 폭등했다. 엘앤에프는 이달 들어서만 약 13% 상승했다.
얼마 전까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의 수급을 담당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매도의 98%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꾸로 주식을 사들이는 ‘숏 스퀴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락세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으로 인해 더 큰 손실을 볼 위기에 처하자, 오히려 직접 주식을 집중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18일 기준 일주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2위, 1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643억원어치 순매수(5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과다 종목의 주가 상승을 반기는 투자자들은 또 어떤 종목에 숏 스퀴즈가 발생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으면서 주가도 크게 상승한 종목을 중심으로 숏 스퀴즈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주성엔지니어링은 코스닥 시장 내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 2위(7.09%)로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약 17% 올랐다. 공매도 잔고 4위(2187억원) HLB는 이날에만 10%가량 오른 채 마감했다. HLB의 이날 상승세는 전날 공시한 무상증자 결정 덕분인 것으로 보이는데, 사측에서는 ‘주주환원’이 목적이라는 설명이지만 금투업계에서는 수년간 쏟아진 공매도에 대한 정면 대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숏 스퀴즈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포함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한데,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에 이전 상장할 경우 코스피200에 편입되기 전까지 추가 공매도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업사이드 리스크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공매도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숏 커버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엘앤에프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전날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최근 ‘공매도와의 전쟁’에 이은 숏 스퀴즈 사태에 대해 ‘예측 불가’라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언젠가는 급락 사태가 벌어질 것은 분명하나 정확한 시기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 중에서도 2차전지·반도체 등 업황이 반등하거나 호황에 있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숏 스퀴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상황은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개인이나 외국인의 수급이 어떤 종목에 언제 들어올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