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에 악용되던 CB… 대수술 들어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0 15:56

자본연, 리픽싱·콜옵션 제3자 부여 등 규제강화 제안



제도 완성 위해 자본시장법·증발공 규정 개정 필요

금융위_230720_전환사채_제도개선_세미나_개최_4

▲7월 20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 현장. 사진=금융위원회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주식회사의 자금조달에 사용해야 할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가 주가조작과 무자본M&A의 도구로 활용되던 것을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 정비가 예상된다.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미리 정하거나 전환사태에 같이 붙는 콜옵션을 제한하는 방안 등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증권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 CB 리픽싱·제3자 콜옵션 부여 등 규제 도마 위에

20일 서울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자본연 주최의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자본연의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전환사채의 규제 개선 방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본연의 연구에 따르면 전환사채 등 국내에서 발행되는 주식연계채권은 대부분 사모형태로 발행되면서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이전만 해도 주식연계채권의 25% 이상이 공모 방식으로 발행됐지만,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관련사채 214건 중 공모 형태는 5건에 불과했다.

그리고 주식연계채권의 79.1%가 전환사채다. 대부분은 코스닥 시장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전환사채의 76.5%가 코스닥 시장에서 나왔다.

전환사채 발행 자체는 문제 삼기 힘들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특유의 리픽싱 제도가 문제라는 게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면 리픽싱 옵션을 통해 전환가격을 재산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곳이 없다. 일본은 전환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한 상태다보니 리픽싱 제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행되는 전환사채는 대부분 리픽싱 옵션을 달고 있다.


전환사채  투명성공정성 제고 방안
방향내용쟁점
공시의무 확대 등 전환사채 투명성 확대콜  옵션 행사자 지정시 공시의무 부과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에 대한 규율 강화
현물 대용납입시 공시의무 강화
담보제공 약정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의무 강화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의무 강화
전환사채에 대한 직접규제제3자에  대한 콜옵션 양도매매 등 제한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전환사채 발행한도 규제 도입
현물 대용납입시 검사인의 조사 의무화증발공 규정  개정 필요
만기전 취득 사모 전환사채 재매각시 전환권 제한
과도한 전환가액 하향조정 제한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 명확화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 주가 누르고 리픽싱…불공정한 지배력 강화 악용


리픽싱 옵션이란 향후 주가가 변동될 경우 전환가격도 함께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옵션이다. 하지만 전환사채 인수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는 주가조작과 무자본M&A가 자주 적발되고 있다.

최근 주가조작 일인자로 특정되며 구속 기소된 전직 회계사 출신 ‘이 씨’도 전환사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자본M&A로 다수의 상장사를 인수했다. 이후 호재와 악재를 교모하게 노출시키면서 주가를 주무르고 전환가격을 리픽싱해 지분을 늘리는 수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은 무상증자와 같은 호재만 바라보다가 전환권 행사와 같은 악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런 작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중 ‘이 씨’가 고문으로 있는 카나리아바이오가 1억주가 넘는 무상증자를 단행면서 전체 지분의 20%가 넘는 전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희석이 불가피한데도 전환사채 관련 공시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주주들은 이를 파악하지 못해 호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애당초 전환사채에 리픽싱 옵션이 안붙어 있거나, 규모를 제한하는 규제가 있다면 전환사채가 불공정거래에 이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번 세미나에서 나왔다.


◇ 규제 강화에 관계자 공감대 형성…현행법 개정도 필요

자본연의 규제 방향에 대해 세미나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대체로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콜옵션이나 리픽싱옵션이 붙는 전환사채에 대해 관련 공시를 강화하자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코스닥협회 등 기업의 공시 관련 교육과 민원을 처리하는 곳은 영세한 기업에는 공시 강화도 부담일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전환사채에 붙는 콜옵션을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아예 콜옵션을 부여하지 못하게 하자는 내용도 개선방안으로 제안됐다. 이에 대해서는 건실한 기업의 건전한 전환사채 발행도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규제하자는 제안도 콜옵션 관련 규제안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서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이 뜻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 참석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본연의 규제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찬성한다"며 "제3자에 콜옵션을 지정하는 등 오로지 한국에만 있는 전환사채 관련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hc@ekn.kr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