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메일 통해 '책임 경영 강화' 주문
경영진의 '남 탓', '외부 환경 탓' 지적
재계, 하반기 인사개편에 우수 인재 기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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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내 임원 및 팀장들을 향해 질책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선 조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이례적이라며, 올해 하반기 그룹 전반으로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냐는 의견이다.
23일 효성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임원과 팀장 등에게 ‘책임 경영 강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있다"고 쓴소리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조 회장은 메일을 통해 "지난 몇 년간 약속 사항이나 지시 사항에 대해 제대로 실천이 안 됐다. 일을 잘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내에 너무나 많다"며 "경영층이 잘못과 문제점을 지적하면 현상과 표면적 이유를 나열하면서 남 탓,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고 ‘하고 있습니다’, 또는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는 말로 모면하고는 할 일을 안하면서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특히 수익 악화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사업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위기 의식을 못 느껴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미흡하다"면서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 악화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고 질타했다.
실제 효성화학의 경우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적자가 전망되고 있으며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3.5%, 33.8%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조 회장의 이례적인 지적이 알려지면서 재계 안팎에선 하반기 효성그룹 내 대대적 인사 개편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조 회장이 최근 경영 위기를 엄중하게 보는데다가, 메일을 통해서 ‘경영층의 남 탓, 환경 탓’, ‘의식 개혁’, ‘책임지는 조직 문화 구축’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효성은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과, 능력을 갖춘 우수 인재 발탁을 위해 직급 체계를 단순화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층을 꼬집어 지적한 것을 보면, 의중에 하반기 인사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며 "유능한 직원들이 대거 기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