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가격 t당 7020원…8년 전 개장 때 8640원보다 낮아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세웠는데 세우기 전보다도 싸져
시장 3차례 연달아 하한가 달성…닷새 만에 26.6%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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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방안과 관련한 주제 발표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역대 최저가격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5년 배출권 시장이 처음 열린 날보다도 가격이 더 낮아진 것이다.
배출권 시장에서 최근 3번 연속 하한가 근처로 거래되면서 닷새 만에 배출권 가격이 26.6%나 하락했다.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배출권 가격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지 않았던 때보다도 오히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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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배출권(KAU22) 종가 추이. (단위: 원/t) 자료= 배출권 시장 정보 플랫폼 |
24일 배출권 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배출권(KAU22) 가격은 종가 기준으로 톤(t)당 702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8년 전인 지난 2015년 1월 12일 역대 배출권 최저가격이었던 t당 8640원보다 18.7%(1620원) 낮은 수치다. 배출권 시장은 평일 오전 9∼12시까지 열린다
배출권 가격은 3차례 연달아 하한가를 달성하면서 지난 19일 t당 9570원에서 닷새 만에 26.6%(2550원) 하락했다.
지난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배출권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배출권 가격 하락으로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직후 이같이 하락했다.
배출권 가격의 하한가 기준은 직전 시장 종가의 90%까지다.
정부는 올해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결정했다.
배출권 시장은 기업들에게 배출권 확보 부담을 주고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싸지면서 기업들에게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고 분석됐다.
KDI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배출권 시장이 제 역할을 하는 게 2030 NDC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시장의 일부 규제를 완화하거나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DI는 배출권 시장 정상화를 위해 기업들의 남는 배출권을 다음 연도로 활용하는 걸 제한하는 이월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출권 컨설팅 전문기업인 에코아이의 박현신 팀장은 "배출권 가격이 t당 만원대를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건데 이제 만원대가 깨지면서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 안정 조치로 빨리 최저매매 가격을 설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