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충당금 1조3000억 비축
순이익은 약 3조로 12.2% 성장
자사주 매입·소각 추가 발표
"은행 주주환원 지연 우려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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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상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KB금융의 저력을 보여줬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고인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도, 상반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약 3조원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수성을 예고했다. 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방침을 추가로 발표하며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KB금융 다운 면모를 보였다.
윤 회장이 ‘충당금·실적·주주환원’이란 3가지 토끼를 다 잡은 우수한 성적표를 공개한 만큼 실적 발표를 앞둔 경쟁사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상반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상반기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발표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1조3195억원이다. KB금융은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6682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쌓은 데 이어 2분기에도 6513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8439억원(177.4%)이나 늘었다.
최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경기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데다 리스크 관리 여력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권고와 맞물려 금융지주사들의 충당금 적립 확대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이에 부응했고, 리스크 대응 능력도 더욱 강화했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전날 컨퍼런스 콜에서 "은행의 예상 손실 전망 모형에 대한 은행연합회의 가정치 가이던스 변경에 따라 약 1700억원 규모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대손충당금 산정 시 사용하는 부도율(PD)을 기존의 ‘경험 PD’보다 더 보수적인 ‘대표 PD’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손충당금 관련 개정 지침을 시중은행에 전달했고 은행들은 2분기 결산부터 이를 반영하고 있다. KB금융은 "충당금 적립 확대로 향후 예상되는 경기충격 부담을 줄이고, 신용손실로 인한 이익변동성 축소 등 경영 불확실성 해소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충당금이 늘어나면 순이익이 줄어들지만 KB금융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재무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9967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2.2%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며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충당금 부담 등으로 금융지주사의 순이익 하락이 예상됐으나, KB금융은 두 자릿 수 성장을 지속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자이익은 물론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 주효했다. 순이자이익(5조7590억원)은 1년 전 대비 5.2% 늘었는데, 비이자이익(2조8978억원)은 기타영업손익(+1조5141억원) 증가에 따라 전년 대비 105.5% 성장했다.
역대급 실적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과 동시에,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며 주주환원 정책의 매력을 높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KB금융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분기배당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지난 2월(3000억원 규모)에 이어 두 번째 결정으로, 올해만 총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추진된다. 자사주 매입이 소각까지 이어질 경우 총 발행 주식 수를 줄여 한 주당 가치인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EPS는 기업의 순이익을 유통되는 보통주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주주의 몫을 나타낸다. 이번에 결정한 자사주 매입은 내년 7월 31일까지 이어지고 이후 소각이 이뤄져 EPS는 향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KB금융의 올해 EPS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호조에 의해 2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KB금융의 분기 주당배당금(DPS)은 510원, 기말 DPS는 2200원이 예상되며, 배당수익률은 하반기 5.7%, 연간 7.8%로 경쟁사 대비 높은 배당 매력에 대한 메리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시장 일부의 은행주 주주환원 정책 지연 우려를 낮췄고, 동시에 하반기 충당금 부담도 낮아졌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회장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KB금융의 역대급 성적을 갈아치우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놓은 만큼 27일 동시에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하나·우리금융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