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협상 아프리카가? 푸틴 ‘프레임’ 시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9 00:11
2nd Russia-Africa Summit: plenary sessio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타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 아프리카를 구분 짓고 ‘평화 프레임’ 구축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아프리카를 중재자로 띄운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의 중 "우크라이나 위기는 심각한 문제이고 우리는 논의를 피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전까지는 어떤 중재 제안도 소위 선진 민주국가들이 독점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아프리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제 아프리카 역시 자신들의 주요 이해관계 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우방국으로 평가되는 서방을 배제하고 러시아 우방국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미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지난달 16~17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사태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로 구성된 사절단은 분쟁 완화, 즉각적인 협상 개시, 흑해 곡물 운송로 개방, 전쟁 포로 교환 등을 골자로 한 평화 제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철수 없이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미 전쟁 전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온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쳐 다소 거리감을 보인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러시아가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에 공급한 곡물량이 지난해 전체(1150만t)에 육박하는 1000만t에 달한다며 아프리카에 식량 공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아프리카에 곡물 최대 5만t을 무상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서는 협정으로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유럽 국가로 향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 유엔과 맺은 곡물 수출 안전 보장 협정을 말한다.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이 협정 파기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상대로 민심 달래기와 책임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바그너그룹이 통해 전달했던 군사 지원에도 무기 지원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안보 강화를 위해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프리카 사법 및 정보기관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통해 10년 넘게 아프리카 각국 군사 지원을 제공했으나. 최근 무장반란 시도로 바그너그룹 통제권을 거의 잃은 상태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기나 대상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에 대해 230억 달러 부채를 탕감해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 대 국가 차원이 아닌 지도자 개인에 대한 로비 성격의 행위도 포착됐다.

짐바브웨 공보부는 최근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에게 대통령 전용 헬기를 선물했다"며 관련 사진 4장을 올려 홍보했다.

짐바브웨도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절차 훼손 등 이유로 미국 등 일부 서방국들로부터 러시아처럼 제재를 받는 처지다.

남아공 현지 매체 뉴스24는 공보부가 배포한 영상을 인용해 음낭과가 대통령이 헬기 앞에 서서 "제재의 피해자들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공을 들인 푸틴 대통령이 더 강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54개국 중 49개국이 이번 회의에 참여했지만, 국가수반이 직접 참석한 곳은 17개국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첫 회의 때와 비교하면 정상 참석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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