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르고 전기요금 추가인상 난망…한전, 연말 자본잠식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31 15:35

국제유가, 최근 한 달새 무려 10% 이상 올라

내년 총선에 내년 1분기까지 요금 인상 요원



채권 발행한도 올해 103조 중 벌써 80조 초과

연말 한도 채울 듯…"이대로면 곧 자본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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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에프앤가이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 연말 한국전력공사의 자본잠식 경고음이 울렸다.

한전이 지난해 말 채권발행 한도를 늘려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는데 올 연말 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 판매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구입 가격을 결정하는 국제유가의 최근 급등세가 심상치않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한전은 지난 5월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의 늪에서 11개월 만에 겨우 벗어났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역마진의 수렁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전이 누적적자가 45조원에 이르는 현 경영상태에서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경영 구조를 다시 되풀이 할 경우 부족한 전력 구입비 조달을 위해 빚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전의 채권발행 규모 확대,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이어져 자본잠식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은 667.9%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는 145.7%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493.9%로 폭증한데 이어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내년 4월 총선의 영향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요원한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까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말 법 개정으로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6배까지 확대키로 했다. 올해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103조원 수준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80조원을 초과해 잔액이 20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이미 올해 1분기에도 6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 등 연료비 급등으로 비용부담이 커질 경우 연말 안에 채권발행 한도를 다 채워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2022년 결산 기준 한전의 자본금은 3조 2000억원, 적립금은 2023년 1분기 기준 4조 4000억원으로 총합 7조 6000억원이다. 특히 적립금은 지난해 17조4000억원에서 13조원이나 줄었다. 현재 기준으로 내년 채권발행 한도는 45조원이지만 올해 하반기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적자폭이 커질 경우 적립금 축소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제 ‘3대 원유(原油)’로 불리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북해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의 가격은 7월 일제히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7월까지 100달러를 형성하다가 올해 6월 7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도 감산을 시사하면서 하반기 추가적인 상승까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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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은 국제유가와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만큼 7∼8월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하반기와 내년 초 난방비 폭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지난해 급등했던 글로벌 LNG 가격이 최근 수요 둔화로 일시적인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올 여름 이상기후와 3분기 겨울철 난방 수요에 대비한 각국의 수입 등에 따라 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당초 2020년대 중반까지 공급과잉이 예상됐던 LNG 시장은 러·우 전쟁 이후 유럽의 수요가 늘고 러시아의 공급이 지연되면서 2026년 이후에야 수급이 균형을 찾을 전망"이라며 "유럽 등 LNG 수요 급증에 따라 LNG 플랜트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신규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2026년 이전에 공급이 대폭 증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LNG 가격이 전년도 최고치에 비해서는 하향 안정화 추세지만 예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예기치 못한 글로벌 수급 불안과 급등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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