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빈곤층 실태조사·자문委 설치 등 에너지복지 정교화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06 22:40

에너지경제·언론재단 주최 ‘에너지복지 방향과 과제’ 좌담회



전문기구 설치, 저소득층 확대, 바우처 지역차등요금 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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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신문언론진흥재단 주최 ‘에너지빈곤층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에너지복지 방향과 과제’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영숙 군산대 교수, 권용출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복지팀장, 한창근 성균관대 교수,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이준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영향분석과장,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사진=송기우 기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국가간 분쟁에 따른 해외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 확대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위기가 심화되자 빈곤층 실태조사 선행, 전문위원회 출범 등을 통해 에너지 복지정책을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제시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3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에너지빈곤층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에너지복지 방향과 과제’ 좌담회에 참석한 학계·시민단체·공공기관의 전문가들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한층 명확하고 꼼꼼한 ‘에너지 소외계층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각 정부부처,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에너지 소외계층 실태조사 대상과 목적 등을 설정하고, △가구 특성 △구성원별 건강상태 △주거의 질 같은 조사항목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같은 노력들은 향후 우리나라 에너지 복지 정책의 질을 높이는 것과 직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일제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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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수 에너지경제硏 선임위원 "저소득가구 제외 에너지바우처 개선, 전문기구 설치 해야"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윈은 이날 좌담회 패널 토론에서 "(지난해 9월 에너지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3년마다 에너지이용 소외계층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에너지 지원책을 보다 정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2015년부터 시행 중인 에너지바우처를 꼽았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에너지이용권(바우처)을 지급해 동절기, 하절기 냉방, 난방 에너지를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총 534만 세대, 7089억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으며, 매년 약 67만 세대가 혜택을 보고 있다.

박 위원은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을 기존 생계급여,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자까지 확대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는 바우처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가 수급자로 선정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뜻이다.

박 위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 지원 규모는 전기 및 가스요금 할인, 에너지바우처 등을 포함해 약 8000억~9000억원(2022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박 위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재정 정책에서 에너지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에도, 이러한 지원책을 심의하거나 의사 결정하는 기구는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 급등, 이상기후와 같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에너지 복지 관련 전문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빈곤층 정의·실태조사 병행, 바우처 지역차등요금 실시"

패널토론 다른 참석자들도 실태조사가 실제로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에너지시민연대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에너지 지원책의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과 민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응답자들은 에너지바우처 제도로 에너지비용 부담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거주지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들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홍 사무총장은 "에너지 빈곤층을 정의하고, 이에 맞는 실태조사가 이뤄진다면, 에너지바우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겨울철 강원도, 제주도는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에너지바우처를 가구별로 일괄 지원하기보다는 지역별 차등 요금을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강영숙 군산대 교수 "英, 소득·자산·가족유형 등 실태조사 거쳐 에너지공급사가 직접 지원"

강영숙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에너지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조사 목적과 지향점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는 점을 소개했다.

실태조사의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실시할 경우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한 강 교수는 "다른 나라는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제도를 실행할 때 목표나 지향점이 명확하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저소득층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강구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영국은 고객들의 자산이나 소득 수준, 가족 유형 등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춰 에너지 혜택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영국 에너지 공급회사 34곳이 개인의 소득 수준, 자산 규모, 싱글맘과 같은 가족유형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하고, 개개인 성향에 맞는 에너지 복지 제도를 회사가 직접 지원하는 식이다. 다소 번거로울 수 있는 이러한 절차들은 영국 내부적으로 사람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가전에 적용되는 에너지효율등급처럼,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거주지나 건물에 에너지효율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한다면, 이 역시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지원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학교, 가정, 아파트 등 모든 부동산을 매매할 때 에너지효율등급을 알리도록 법으로 의무화했다. 이는 에너지효율등급이 떨어지는 건물에 거주하는 국민은 그만큼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에너지가격 부담도 큰 데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거주지의 에너지효율등급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면 에너지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 한창근 성균관대 교수 "에너지·복지 전문가 중심 추진위·자문위 출범 지원 실효성 높여야"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자는 견해도 제시됐다.

한창근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에너지, 복지 등 각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해당 기구에서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권용출 한국에너지공단 지역에너지복지실 에너지복지팀 팀장은 "다행히도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복지를 전담하는 에너지효율지원팀이 신설됐다"며 "에너지효율지원팀에서 전문가들 의견을 청취하고, 담당 기관과 협업한다면 에너지복지 관련 더 좋은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s106@ekn.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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