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주가에 투자자 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06 12:00

2차전지 이어 초전도체까지 테마주 주가 흔들

상온 초전도체 진위 여부 논란에 주가 내리막



서원, 덕성 등 최근 상승분 고스란히 반납

단타 성향 투자자들, 고수익 종목 찾아 테마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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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테마주들의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나 초전도체 등 특정 테마로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테마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보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3일천하 초전도체…"코인보다 무서워"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서남 주가는 232.7% 올랐다. 같은 기간 덕성(130.2%), 모비스(124.9%), 서원(83.3%), 대창(70.4%), 국일신동(59.7%) 등도 상승폭이 컸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모두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초전도체 관련주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초전도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종목은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초전도체 개발 업체로 알려진 서남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남은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지난달 26일 시가총액이 675억원이었으나 이날 기준 2450억원으로 약 4배가 증가했다.

초전도체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유튜브 화면 캡처


하지만 한국초전도체저온학회가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관련주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학회 측은 LK-99 논문이 공개되자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LK-99가 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내고 공중에 부양하는 현상인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난 3일 장 마감 이후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상한가에 거래를 마친 종목들이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지난 4일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모비스(-28.3%), 파워로직스(-26.24%), 대창(-26.0%), 국일신동(-25%), 신성델타테크(-24.65%) 등 초전도체 관련주로 급부상했던 종목들은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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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는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이면서 지난 3일 주가가 치솟았으나 지난 4일 전일 대비 28.3%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 종목 중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증권 캡처


이들 종목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에서 "코인보다 더 무섭다", "단타성 종목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3일 만에 이렇게 급락할 줄은 몰랐다"며 토로했다.


◇테마주 주가 변동성 높아…2차전지 마찬가지


올해 테마주의 극심한 주가 변동성은 초전도체주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2차전지가 미래 유망사업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에코프로를 필두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에코프로 주가는 올 들어 1000% 넘게 올랐다. 지난 1월 2일 11만원이던 주가는 2차전지 열풍을 타고 지난달 26일 장중 153만900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98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다시 100만원대로 복귀하면서 황제주 타이틀을 사수했지만 하루에도 주가가 10% 넘게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수시로 주가를 확인하고 매수·매도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지난달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5개사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평균은 약 86만명으로 지난 6월(76만명)보다 12%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높아진 기대 수익률 충족 위해 테마주로 몰려


테마주는 단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종목으로 국내 증시에서 테마주는 늘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에서 유독 테마주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증권가에서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종목들에 대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4개월 만에 에코프로 보고서를 내고 "에코프로는 광산·염호를 보유하지 않는 리튬 가공 기업으로 결국 이를 보유한 기업에 비해 마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에코프로의 현재 시가총액이 31조3000억원이지만 적정 시가총액은 14조3000억원"이라며 투자 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성향이 특정 테마로 몰리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 호황을 겪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초기에 주식 시장에 신규 유입된 투자자들이 평균 1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높아졌고 지난 2021년 코인 열풍이 불면서 ‘주식과 코인은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며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기대 수익률을 충족할 수 있는 테마주나 수익률이 높은 특정 종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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