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해외결합승인 지지부진
'제3자매각 추진' 루머까지
'몸값 부담' HMM 표류 가능성
KDB생명 품는 하나금융도 '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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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함께 세워져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산업은행이 소유한 국내 기업들의 매각 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HMM·KDB생명 등의 매각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인수전이 예정대로 끝나더라도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재계와 투자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은 2020년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경쟁당국이 독과점 이슈 탓에 기업결합 허가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면 주요 노선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산은이 ‘플랜 B’를 준비한다는 루머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전날 한 신문사는 산은이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는 사실을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산은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 주요 노선 슬롯 반납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최근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은 최근 서울 서소문동 KAL빌딩과 대지 등을 대한항공에 처분했다. 이어 사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하기도 한다.
너도 나도 출사표를 던지며 요란하게 시작된 HMM 인수전도 벌써부터 표류 얘기가 나온다. 최소 5조원 가량 필요한 대형 인수합병(M&A)이지만 아직 확실한 후보군이 추려지지 않고 있어서다. SM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 등은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X그룹, 글로벌세아 등도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들 중 자금동원력이 확실한 대기업이 없어 다양한 형태의 재무적투자자(FI)들도 참전할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운 업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1039.32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날(3739.72)과 비교해 72% 급락했다. HMM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가량 급감할 전망이다.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HMM을 품에 안은 기업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KDB생명은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최근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며 인수 후 자본 투입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산은의 매각 의지도 워낙 강력해 변수가 생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금융지주 내부적으로는 ‘신중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협상에 구속력이 없는데다 본입찰에 경쟁 상대들이 모두 빠져 딜 자체를 무산할 카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재계에서는 산은이 주요 기업 매각을 끝낸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 것으로 본다. 수차례 매각 공고를 반복하며 피로도가 쌓인데다 명확한 리더십이 없어 기업 실적도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000%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쟁사들이 인력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KDB생명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지급여력비율이 낮아 재무건전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