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다시 80달러 중반대로 치솟은 국제 유가, 어디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09 08:46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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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국제원유가격이 6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6월27일 배럴당 67.7달러까지 내려갔던 서부택사스중질유(WTI)의 뉴욕국제시장(NYMEX) 가격은 8월4일에 82.8 달러를 넘어섰다. 6주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Dubai) 원유의 국제시장가격은 같은 기간 72.5 달러에서 87.2 달러로,유럽의 대표가격인 브렌트(Brent) 국제시장가격은 72.5 달러에서 86.2 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6월 초에 MMBtu당 2.16 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4일에는 2.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원유가격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모두 최근 조용히 20% 이상 올랐다.

주요 전략광물의 국제시장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동반 상승했다. 구리는 6월 말 톤당 8367달러에서 8월 1일에 8720달러로, 니켈은 6월 29일에 톤당 1만9745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며 8월 1일에 2만2355달러까지 뛰었다.특히 니켈은 올해 첫 거래일에 기록한 3만1200달러 수준까지 오른 건 아니지만 6주 만에 13%나 오르며 전략광물 국제시장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광물의 99%와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광물과 에너지가격의 상승분은 물가에 반영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인플레이션률 자극할 수 있고 무역수지 적자 폭을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평균 63달러 수준으로 20세기 후반 20년간의 평균인 21.5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2022년 3월에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원유가격이 올해 들어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안정화되면서 한시름 놓았었다. 그런데 국제원유가격이 다시 80달러 중반대까지 오른 것이다. 전문기관이 예측한 올해 말 가격이 85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벌써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올해 초에 예상 가격수준을 넘어서자 연말에는 100달러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먼저 중국의 경제회복 기대와 미국 경제의 연착륙 등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의 회복이 꼽힌다.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고, 임금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등 경제가 장기적인 활황 국면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원자재 및 원유가격 상승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석유가 주 에너지원인 수송 부문의 수요 증가도 한 이유로 꼽힌다. 여름 바캉스 시즌 등으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석유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수요 증가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석유의 국제가격 상승 폭이 광물 등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의 감산이 수요의 상승과 겹치며 또 하나의 큰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 여름의 감산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6월 초 OPEC+ 장관급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만 추가로 100만 배럴을 줄이는 것으로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7월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러시아와 다른 산유국은 추가 감산 없이 기존 감산량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량 감산을 주도한 것이다. 21세기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는 국제원유가격을 떠받치고 나아가 더 올리고 싶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량 감산 의지가 최근 국제원유가격 급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적으로는 감산 이유로 시장의 균형(balance)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국제 원유가격이 80~9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기에 이런 감산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쟁 등은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주며 올해 겨울의 천연가스 가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인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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