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지구열대화 시대', 에너지 전략 새판 짜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10 08:35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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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요즈음 우리는 기후 문제를 거론할 때 종래의 점잖은 ‘기후변화’에서 ‘폭염’, ‘극단적 이상기후’ 등 과격한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과격화 추세는 점잖의 대명사였던 유엔(UN)이 대변한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펄펄 끓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음을 유엔이 선언한 셈이다. 이런 선언은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에너지 전략을 짜는 데도 매우 큰 의미를 던진다. 사실 국제 기후변화 대응논의는 1992년 6월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유엔 주도로 개최된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이 시발점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악화되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지구 동반자관계 형성을 약속했다. 이 내용의 축약이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040년 전에라도 인류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로 유명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리우 선언의 후속판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 추세를 넘는 기후재난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올해 7월은 3주간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가량 더 높아 역대 가장 더웠다. 그러나 IPCC 공식 의견은 현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1도 수준 이상 상승하지만 아직은 파리 기변화협약의 마지노선(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한 섭씨 40도 수준의 폭염, 유례가 드문 폭우, 그리고 세계 각지의 대형 산불 등은 지구 온난화 차원을 넘는 극한 기후 변화임에 틀림없다. 지구 열대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UN IPCC의 효용성, 좀 더 구체적으로 파리협약에 의한 국가감축목표(NDC)를 그 이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짐 스키(Jim Skea) IPCC 신임 의장(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교수)은 "명목적인 목표에 집착하거나 종말론적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종말론적 접근방식은 인류 공영을 저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 여건도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의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 기온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심각하다. 좁은 국토 면적에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인 데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기후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주간 폭우와 폭염으로 벌써 60여 명의 사망자와 20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도로,주택 같은 인프라 침수피해와 사회 이동성 감소 등 각종 사회환경 폐해로 확대되고 있다. 현안 관심사인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는 폭염 대비 부족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고 태풍을 피해 끝내 대회장 이동과 단축 운영으로 귀결됐다.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 문제는 갈수록 우리가 정상적 관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IPCC 내용처럼 중장기 관점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더 시급하다. 우리가 그간 강조해온 기술혁신에 의한 온실가스감축 정책과 지속적인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에서 적정 수준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하지 못 한 기상이변(지구열대화)으로 중장기적 고도화전략 변화 뿐 아니라 단기 대응정책의 확대 도입의 필요성 커졌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조정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제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및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잡은 NDC정책을 골자로 한 녹색 성장 정책의 보완이다. 폭염 사태는 기존의 모든 가치 기준 수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도 올해와 내년 기후변화 대응전략의 효율화가 우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 경제 2대 현안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기후 악화를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단기 성장 전망을 경쟁국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경제사회 운용 기조로 삼아햐 한다. 중장기 차원에서 단순한 회피·경감 차원을 넘어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고유의 기술 금융 체제를 도입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원전산업의 디지털과 신재생 에너지의 디지털그린화를 통해 융합하는 것이다. 이런 융합 대책이 비용 효과적인 중장기 대책이며 성장과 고용 창출을 동시 보장하는 선순환 국가 에너지 전략이라는 거시모형 검증 결과도 여럿 있다. 감축과 규제 위주 선진국 기후 대응 전략의 답습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에너지·기후 전략의 틀을 고민하고 모색할 때다. 국민 세금의 사전투입을 전제로 하는 고식적 관료주의적 접근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새만금잼버리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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