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韓 기업 투자시계 더 빨리 돌아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0 09:51

SK·에코프로비엠 캐나다 생산시설 건설

현대차 인도 GM 공장 인수



'반도체 적자' 삼성 R&D 투자 역대 최대

네이버·카카오도 ‘투자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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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2라인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중국 경제 위기.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천정부지로 치솟은 환율. 상승곡선을 그리는 국제유가. 태풍·산불 등 각종 재난과 기후변화.

글로벌 경제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변수들이다. 각종 위기가 도사리며 경영 관련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지만 재계 주요 기업들은 ‘투자시계’를 더 빨리 돌리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온과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고 퀘백주 베캉쿠아에 12억캐나다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의 현지 법인 에코프로캠 캐나다가 공장을 운영하고 SK온과 포드는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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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과 에코프로비엠이 캐나다에 만드는 양극재 공장 조감도. 양사는 미국 포드와 손잡고 해당 공장 설립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연산 4만5000t 규모의 합작공장은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된다. 북미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자 배터리 제조기업 SK온과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비엠이 ‘베팅’을 한 모양새다. SK온의 경우 아직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6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 인도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러시아 등 공장을 처분해야 하고 주요 시장에서 소비심리 위축이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급성장하는 인도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수천억원대 자금을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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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현대차인도법인(HMI) 사옥에서 진행된 GM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 계약식에서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 부사장(왼쪽)과 아시프 카트리 GMI 생산담당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지난해 476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며 중국(2320만대), 미국(1420만대)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이중 승용차 시장은 380만대 규모로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55만2511대를 판매해 1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마루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인수한 GM 공장은 2025년부터 차량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의 현지 연간 생산능력은 올해 초 75만대에서 2025년 100만대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동시에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분야에서 큰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2분기 시설 투자액은 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 연구개발비 역시 7조2000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일부를 매각해 3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 주식은 1분기 말 629만7787주(지분율 1.6%)에서 2분기 말 275만72주(지분율 0.7%)로 줄었다. 투자 재원을 확보해 앞으로 다가올 반도체 상승장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열풍 등에 힘입어 IT 업계도 R&D 삼매경에 빠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각각 9650억원, 544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재계에서는 산업은행 소유 기업이 민영화하는 과정에서도 ‘통큰 투자’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몸값이 최소 5조원 이상인 해운사 HMM 인수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한 기업인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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