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준비’
삼성·포스코·HD현대 등도 노사 대립
경사노위 ‘사실상 반대’ 입장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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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3년도 임단협 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연장 등 안건과 관련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하자 쟁의행위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만 65세로 정년을 연장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재계 주요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법제화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노동조합들이 임단협 조건으로 ‘정년 연장’ 카드를 속속 꺼내들고 있어서다. 현대차 노조가 이미 파업 준비에 돌입하는 등 노사관계에 새로운 뇌관이 생겨나는 모양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포스코, 한화, HG현대 등의 노조는 사측에 정년을 연장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한 상태다. 이들은 현재 만 60세로 정해진 정년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이미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8일 "사측이 조합원 요구를 외면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르면 오는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 파업 찬반투표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갈등의 핵심은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등 외 별도 요구안을 마련하고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늘리자고 밝혔다. 노조는 아직 일할 능력이 있는 고령 조합원이 많아 정년 연장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사회적으로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해 정년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단체협상과 관련해 5년 만에 파업하는 것이다.
이밖에 기아 노조는 정년을 2년 늘리자는 안건을 임단협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HG현대, 한화오션 등도 정년이 길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 노사는 임금인상폭과 정년 연장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정년을 늘리자는 제안을 동시에 한 상태다.
문제는 기업들 입장에서 정년을 늘리자는 요구를 쉽게 들어주기 힘들다는 점이다. 인원 수가 가장 많은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 세대 정년이 길어지면 그만큼 인건비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이 정년퇴직하는 직원 규모를 감안해 신규채용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여야 한다며 최근 법 개정을 위한 국민청원을 시작한 것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경사노위는 "임금의 연공제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돼 기업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베이비붐 세대 비중이 커 급속한 고령화에 잘 대처하지 않으면 성장률 저하는 물론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산하 노조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반발해 두 달여 간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 ‘산업별 청년층 취업자 추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고, 정년 연장과 임금 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근로 연령 상한 1년 증가는 청년 취업자의 비중을 0.29%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영국 등에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