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대신 주사제…전통제약사, 바이오텍 변신 박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3 17:06

한미·대웅·삼진,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 비중 늘려
신규투자 부담에도 근본치료기술 확보·수출 포석
한미 독자플랫폼, 대웅·삼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바이오신약 제약사

▲한미약품(왼쪽부터), 대웅제약, 삼진제약 본사 전경. 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주로 알약(정제형) 형태인 화학합성(케미컬)의약품 제조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전통 제약사들이 ‘주사제’ 형태인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으로 빠르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바이오신약은 기존 합성의약품으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질환의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미국·유럽 못지않은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전통 제약사의 바이오텍 변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기술 ‘펜탐바디’를 적용한 첫 면역항암제인 ‘BH3120’을 연내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글로벌 임상 1상한다는 계획이다.

BH3120은 암세포만 공격하는 항암치료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종양 효과를 높이는 면역항암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에 적용됐던 약효지속 기술 ‘랩스커버리’에 이어 또다른 한미약품의 자체개발 기술인 이중항체 기술 ‘펜탐바디’가 적용된 바이오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21일 신약개발 R&D를 총괄할 신임 R&D 센터장에 랩스커버리 기술 연구를 총괄했던 최인영 상무를 선임했다. 바이오신약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현재 보유 중인 27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약 60%인 16개가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바이오신약 비중이 높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독자개발 바이오 신약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잇는 ‘펜탐바디’ 기술이 한미약품의 미래 가치 창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더불어 바이오 신약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전통 제약사로 삼진제약이 꼽힌다. 특히, 삼진제약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바이오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22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에피바이오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을 활용한 유방암·피부암 치료 바이오신약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두통약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바이오신약 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현재 2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약 75%를 10여개 바이오벤처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간장약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은 현재 31개 파이프라인 중 줄기세포치료제 4개를 포함해 총 12개의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까지 총 60개 국내외 기업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신약은 살아있는 세포·유전자를 배양해 치료제를 만들기 때문에 기존 화학합성의약품과 별도의 제조시설이 갖춰야 하며, 위산에 의해 파괴되지 않도록 먹는 알약이 아닌 주사제형으로 제조해야 한다.

그만큼 합성의약품 제조에 주력해 온 전통 제약사로서는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이 있지만 기존 치료제가 없는 수백가지 질환에 근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사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벤처의 바이오 신약개발 기술수준은 미국·유럽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오픈이노베이션(거대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의 공동 신약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의 성공률이 제약사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신약개발 성공률보다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전통 제약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오픈이노베이션이 120년의 역사에 비대 상대적으로 더뎠던 우리 제약업계의 글로벌 진출에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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