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50년 주담대, 보험사도 제동 걸리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8 15:16

금융당국, 생·손보사에 가계 주담대 취급현황 상세자료 요구



50년 주담대 제동 시 보험업권 수익성 다각화엔 영향



업계 "우선 타깃은 1금융권…당장 뛰어들기보다 상황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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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생명·손해보험사에 가계 주담대 취급현황에 대한 상세자료를 요구하며 조사에 나섰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50년 주담대)’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만기 잔액 현황 등 상세한 데이터의 요구에 나섰다. 보험업계에서는 사실상 해당 상품 출시나 판매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생명·손해보험사에 가계 주담대 취급현황에 대한 상세자료를 요구하며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올해 6월 말 기준 취급 주담대 만기 잔액 현황을 비롯해 올해 월별 가계 주담대 신규 취급 액수, 평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현황·상환방식·금액 등이다.

주담대 전체를 살피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50년 주담대에 대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각 보험사가 보유한 주담대 만기에 대해 △30년 이상 40년 미만 △40년 이상 50년 미만 △50년 이상 등 구체적으로 구분하라고 요청했다. 50년 주담대의 경우 취급 계획 여부와 예상시점, 가입이나 만기 시 연령 제한 계획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50년 주담대가 보험사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수조사가 보험업권에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와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감원은 앞서 50년 주담대가 DSR 우회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은행들의 DSR 심사 적격성을 점검하는 등 규제 방안의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실제로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권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보험사에서 50년 주담대를 판매 중인 곳은 한화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다. 올해 1월 한화생명이 먼저 출시했고 이달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잇달아 50년 만기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에는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이 만기 40년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보험업권에 50년 주담대에 제동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다각화 부분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금융권 주담대가 타금융업권보다 완만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DSR 규제가 적용되며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질 경우 매년 상환하는 원리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출 한도가 커진다. DSR 한도는 은행이 연 소득 40%를 적용하지만 보험사들은 50%를 적용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DSR 한도까지 적용받아 대출 가능 금액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보험사로선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환도 늦어지기에 더 많은 이자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이를테면, 소비자가 5억원을 연 4.0% 고정금리로 빌릴 때 이자액은 40년 만기와 50년 만기에 따라 각각 5억2000만원과 6억7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소비자가 보험사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으면 보험사도 40년 만기 상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게되는 구조다. 보험사로선 상대적으로 은행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30일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 ‘DSR 부채산정방식’ 개정을 놓고 각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실무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초장기 주담대 산정만기를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며 산정만기 축소 시 약정만기가 50년이어도 DSR 계산 때는 30년이나 40년으로 축소된 만기를 적용받게 된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초장기 주담대에 압력이 들어간 만큼 보험사 역시 50년 주담대 판매와 관련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장 수익성에 발목을 잡을 만큼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기에 상품 출시나 운영에 있어 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예민하게 보고 있는 이상 업권에서 당장 출시해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50년 주담대가 1금융권에서 우선적으로 판매 중이며 여기서 2금융권으로 수요가 넘어오는 구조기에 당장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다. 포트폴리오 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우선 상품 판매 여부가 수익성 면에서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서 보험사들로선 몸사리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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