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달리던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취소로 ‘삐끗’
후발주자 압구정4·5구역, 사업 계획대로 ‘순항 중’
전문가 "압구정3구역 사업 지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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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 속도 선두를 달리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의 설계사 선정 취소로 사업의 판도가 뒤집히고 있다. 사진은 압구정 한 아파트에 걸려있는 재건축 주민설명회 현수막.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설계업체까지 선정하면서 사업 속도 선두를 달렸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이 시와의 갈등에 백기를 들면서 압구정(2~5구역)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사업 판도가 뒤집히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은 전날 대의원회를 열어 설계사로 선정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선정을 취소하고 재공모하기로 합의했으며 빠른 시간 내에 조합 총회를 열어 해당 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앞서 압구정3구역 조합은 지난달 15일 총회를 열어 희림건축 컨소시엄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으며 해당 투표에서 1507표를 받은 희림건축이 1069표를 받은 해안건축을 438표 차이로 앞서며 설계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희림건축이 서울시가 허용하는 최대 용적률 300%를 초과하는 360%를 제시한 것이 뻥튀기 용적률 논란이 일었다. 희림건축은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은 준주거지역 등지로 몰아 3종 일반주거지 조합원 동과 별도 분리했다. 희림건축의 설계는 공공기여로 만들어질 공공보행로를 단지 바깥쪽으로 우회하도록 해 단지 내 일반인 통행을 제한하도록 했다.결국 희림건축은 투표 당일 용적률을 300%로 하향 조정한 안을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투표가 무효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후 압구정3구역 조합을 상대로 운영실태를 점검해 12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으며 조합은 재건축 지연 등을 우려해 시의 시정명령에 따라 설계사를 재공모하게 된 것이다.
각사 측은 압구정3구역 설계업체 선정 재공모로 벌어진 상반된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아직 재공모에 대한 상황들이 완벽하게 결정 난 것이 아니고 절차상 시간도 걸릴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확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진행 상황을 보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내부에서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재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희림건축 관계자는 "설계사 선정이 취소된 것에 대한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업다"며 "재공모 참여 여부는 조합 공모지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는 조합이 총회를 거쳐 설계자를 선정한 만큼 희림건축 입장에서는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법적 문제로 인한 사업 지연을 예상하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지역 신통기획 사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압구정3구역이 설계사 선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사이 압구정4·5구역은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속도전에서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현재 4구역은 오는 9월 9일 열릴 총회에서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5구역은 다음달 27일까지 설계안을 접수한 후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압구정3구역과 비슷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규정한 신통기획 틀에 따라 공모작을 제안할 것을 업체들에게 미리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비교적 가구수 및 상가가 적은 압구정4·5구역의 사업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돼 압구정3구역을 앞지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설계사 선정 취소로 인한 압구정3구역의 사업 지연은 부정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취소는 업계에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신통기획 틀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서울 내 가장 가치 있는 재건축 사업이라고 해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 사업성도 떨어지고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며 "시간이 지연되면 조합원 납부 금액 및 노후주택 거주 기간 등이 증가하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