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GA 시책 물량 공세 등 '단기납 종신' 판매 총력
업계 "과거 저축보험 만기로 유동성 관련 우려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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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가 사실상 종료된다. 이에 업계에서 신계약 CSM을 크게 높였던 한화생명의 입지 변화에 시선이 모인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오는 9월부터 단기납 종신보험이 사실상 판매 중단에 들어가면서 생명보험사 ‘빅3’ 중 한화생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역마진(이차손)과 관련해 현금난 우려가 높았던 한화생명의 경영지표에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시선이 모인다.
◇‘단기납 종신’ 사실상 판매 종료…신계약 CSM 달음박질 멈출까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단기납 종신 판매가 사실상 사라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00% 미만으로 제한하고, 납입종료 후 제공하던 장기유지보너스도 지급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내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업계는 이 같은 상품구조 개선이 사실상 해당 상품의 시장 퇴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판매량 위축이 필연적일 것으로 보고 일반 보장성보험 확대 등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선 상태다.
앞서 단기납 종신 판매에 열을 올렸던 한화생명의 경우 올해 상반기 계약서비스마진(CSM) 10조원대를 기록하며 단기납 종신보험을 통해 시장 판도를 흔들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신계약 CSM은 1조3590억원으로 전년동기(8342억원) 대비 62.9% 늘었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덕택이다. 2분기 종신보험 신계약 CSM 중 종신보험 비중은 66%, 이중 단기납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했다. CSM은 IFRS17에서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장기보장성보험을 늘릴 때 증가한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상반기 GA 시책 물량 공세에 나서는 등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총력전을 펼쳤다. 단기납 종신 상품인 H3 종신보험 5년납에는 430% 시책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내달 시작될 단기납 종신 판매량 위축으로 인해 한화생명의 영업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상반기 신계약 CSM 1조8159억원 중 단기납 종신으로 채운 비중은 100억원 수준으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 콜 당시 "단기납 종신보험 이슈가 끝났을 때 CSM이 떨어질 거란 우려에 대해 당사는 포트폴리오를 많이 줄였고 7,8월 경우는 5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완납 후 해지율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날 경우 실적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중 단기납 종신 상품의 경우 향후 5년 정도의 해지율 통계만이 나와있어 제대로 된 미래 가정이 어렵다는 점이 있다. 보험료 완납 시점 이후 높은 환급률로 인해 해지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유동성 문제 여전…이차 역마진 리스크 미해소
업계에선 고금리 국면과 IFRS17 도입에도 한화생명의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단기납 종신 판매로 인한 여파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보험사가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장성보험을 늘릴 때 향후 현금 유동성이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비쳤다. 한은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감소할 수 있는 요인으로 CSM을 꼽는다"며 "현금 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험업권의 유동성 등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IFRS17 제도 아래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은 CSM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저축성 보험은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으나 유동성 확보에는 유리한 것으로 인식된다.
한화생명은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됐던 저축성보험 상품 비중이 적지 않기에 이차손 우려 또한 불거진 보험사로 꼽힌다. 이차손은 보험사가 고객자산을 운용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이율보다 낮아 생기는 손해를 말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에도 과거 판매했던 저축보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2012년·2017년 판매한 10년납·5년납 저축보험 만기 도래시점이 몰렸다. 당시 저축보험 마케팅 판매에 박차를 가한 결과로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한화생명은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 마케팅을 통한 일종의 돌려막기로 위기를 모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빅3 생보사 중 지난해 한화생명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가 전년 대비 4조3788억원(396%) 증가한 5조4841억원으로, 생보사 중 가장 크게 불어났다.
더불어 지난해 말 6%에 가까운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판매한 결과로 5~10년 내 유동성 위기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생명의 지난 5월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6%대다. 지난해 말 판매된 고금리 저축보험의 역마진을 피하려면 평균 운용자산이익률 대비 2배 이상의 이익을 거둬야 하는 셈이다.
한화생명이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성보험 규모도 1조9392억원에 달한다. 기존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도 해지하는 경우까지 더할 경우 부담 규모는 여기서 더 크게 불어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으로 수익성 평가가 새롭게 이뤄질 수 있으나 회사 수익구조가 바뀌지 않았기에 과거 안고 왔던 역마진 리스크를 생각하면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인지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최근 5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 목을 맸던 이유도 향후 현금난 대비에 의한 자본확충에 목적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IFRS17 전환으로 인해 이차손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IFRS17 전환으로 이차역마진 부담이 완화돼 과거 대비 개선된 이익 체력이 예상되며 자본력도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신계약 CSM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 "당사는 가용자산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을 180%를 목표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