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칼럼]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금융의 역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3 07:09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얼굴사진(윤석헌)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경제 규모를 전세계 13위(명목GDP 기준)로 발표했다. 2020년과 2021년의 10위에서 다소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8년 세계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에 이름을 올린 바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선진 경제권’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성과를 이어가야 할텐데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 기후변화 등으로 한국경제의 앞날이 밝지 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10위권 선진 경제에 걸맞은 금융부문 역할이 절실하다. 그간 실물경제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양적성장을 이룩한 금융부문이 이제 대내외 환경변화의 불확실성 속에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여할 차례인데, 무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

지난 반세기 한국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은 IMF 위기를 전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위기 이전에 금융은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기업금융을 중시했으나, 관치금융 하에 위험과 비효율이 확대되면서 외환위기가 초래됐다. 위기 이후에는 소매금융에 주력했는데, 금융사 탐욕과 위험관리 부실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했고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확대가 경제에 부담을 배가하고 있다. IMF 위기 전과 후 모두에 후한 평가가 어렵다.

최근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이 10개월 넘게 내리막이고,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IMF는 지난 7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전망치를 1.4%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금융의 역할이 절실한데, 국가 위험관리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원적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으로 국가 위험관리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벤처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 두 가지 방향 각각에 걸맞은 금융과제들을 살펴보자. 우선 국가 위험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가 절실하다. 과다한 가계부채 속에서 최근 금리상승세가 소비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침체 원인으로 작용하고, 저성장과 인구감소 추세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가계부채 과다를 초래한 부동산 보유를 금융자산 보유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금융과제다.

둘째, 개방경제인 한국경제는 환율을 통한 해외 금융시장 위험 노출이 크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 위험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원달러 스왑계약 체결, 원화 국제화 등을 추진할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금융사의 기업 및 가계 금융활동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 내수확충을 위한 자영업자 지원 및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과 사회적금융 확대 등이 절실하다. 국가 위험관리체계는 기업과 가계의 보다 적극적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생산적 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이 경쟁력 우위를 갖는 제조업 분야를 집중 지원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단 자본시장에서 자금수요 충족이 용이한 대기업이나 재벌 지원보다 자금, 정보, 자문 등에서 금융권 지원이 절실한 중소벤처, 창업 및 자영업자 등에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경제에서 핀테크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객 편의성 및 중개역할의 실효성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출관련 신용위험 분석 능력 함양을 통한 중개기능 효율화, 자산운용 역량 확충을 통한 고객 연금수익률 제고 등이 절실하다. 다만 금융발전은 첨단기술의 우수성보다 고객의 니즈 충족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에서 금융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산불,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 징후 빈발로 금융권에 기후금융 관련 역할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RE) 확보 경쟁에 뒤져 있어, 금융권의 신용공여시 기업의 탈탄소화 유도 노력이 절실하다.

규제완화가 금융발전을 가져온다는 일각의 견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규제완화는 위험을 확대해 금융안정을 해치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올바른 역할을 수행해 수익을 창출하되 언제나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체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되, 금융사 스스로가 혁신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K-금융’의 과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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