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1원 vs 1091원… 바이오로그, 새주인 디에스누림의 이상한 주식인수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5 15:39

1주당 인수가 신주 1091원·구주 3571원으로 3배 넘어



자금 부담에 3자 배정 유증… 현금 대신 보유 상가 출자



증권가 "CB·BW 발행 이어질 듯…정관 사업목적만 7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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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그디바이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새 주인을 맞았다. 비상장사인 디에스누림(엣 누림디앤씨)이 그 주인공이다. 기존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이엔플러스는 지분을 모두 디에스누림에 매각했다.

디에스누림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가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을 더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번에 걸친 지분 확보 과정에서 디에스누림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식 인수 가격을 3배 이상 다르게 매겨 금융투자업계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금성축산진흥→이엔플러스→디에스누림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바이로로그디바이스는 최대주주가 기존 이엔플러스에서 디에스누림으로 변경됐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서다.

이엔플러스는 보유 중이던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식 420만주(9.94%) 전량을 디에스누림에 매각했다. 1주당 가격은 3571.42원이며 총 150억원을 받았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지난 2015년 교보스팩3호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다. 사병에는 ‘바이오’가 들어가지만 주 사업은 다른 분야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 사업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부품 생산이다.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등에 법인을 두고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기존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최대주주였던 금성축산진흥으로부터 주식을 양도받았었다. 당시 투입한 자금은 150억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상차손이 반영돼 최근까지 이엔플러스의 보고서에 기재된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장부가격은 95억원으로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으로 손상차손을 모두 회복하게 된다. 투자로 얻은 수익은 없지만 손해를 입지 않고 엑시트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디에스누림이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지분을 매입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장사다보니 주주들의 반발은 없지만 훨씬 싼 가격으로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1000원선이다. 디에스누림이 치른 1주당 3571원의 가격대는 지난 2022년 초 이후 한 번도 도달해보지 못한 숫자다.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니 관련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해석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가량 가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디에스누림은 200% 수준의 높은 프리미엄을 치렀다.

이게 끝이 아니다. 디에스누림은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비싸게 구주 사고 싸게 신주 발행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디에스누림을 대상으로 총 1525만9409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증자를 진행한다. 오는 11일이 납입일이다.

신주의 가격은 1091원으로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에스누림은 이엔플러스에 치른 규모와 마찬가지인 150억원을 이번 신주 인수에 사용한다. 구주 인수에 150억원, 신주인수에 150억원씩 총 300억원을 들이면 디에스누림의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지분율은 24.38%까지 오를 예정이다.

최대주주 지위를 이미 차지한 뒤에 또 대규모 자금을 들여 추가 지분 확보를 나서는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유는 가격이다. 기존 대주주의 지분 420만주와 새로 확보하는 신주1525만9409주의 가격이 150억원으로 같다.

물론 디에스누림이 유증만 참여할 수는 없다. 제3자 배정 유증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기존 대주주다. 이에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을 먼저 밟은 셈이다. 하지만 3배가 넘는 1주당 가격 차이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인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디에스누림은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현금을 치렀지만 신주는 보유 중인 부동산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누림디앤씨 시절 개발한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자이더스위트의 1층 상가 21개호를 바이오로그디바이스에 넘겨줄 예정이다. 부동산의 평가 금액은 140억원으로 신주 인수에 들어가는 현금은 10억원이다.

부동산을 넘겨줘도 직접 보유에서 자회사를 통한 간접보유로 바뀌는 셈이다. 결국 이번 딜은 일종의 무자본 M&A 형식이 된다.



◇금투업계 "주식장사 할 가능성 높아"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디에스누림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주식을 대거 찍어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5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를 크게 늘렸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CB발행한도는 2000억원에서 5000억원 상향됐고, BW의 한도는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또 향후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향후 사업이 크게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정관상 사업목적은 총 72개로 현재 18개만 영위 중이며 바이오와 관광, 카지노, 부동산개발, 화장품, 2차전지 등의 사업은 비영위 상태"라며 "대주주의 지분율은 적은데 개인 주주 비중은 높아 추가 정관 변경 없이 곧바로 신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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