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회복세 탄 주택시장,낙관하긴 이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6 08:13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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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관련 여러 규제를 풀면서 주택거래가 꾸준히 늘어나고, 미분양도 증가세가 꺾이는 주택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집값 동향을 보면 서울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지방도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고, 경매시장도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세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시장에서는 반등에 성공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인지, 아니면 다시 꺾일 것인 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금융권의 의견을 반영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된 데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을 뒤흔들었던 역전세와 깡통전세 문제도 최근 전셋값 회복으로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인 만큼 집값이 다시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오히려 입주물량 감소와 매수 심리회복에 따라 상승흐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다른 한 켠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부진한 데다 전세시장도 여전히 약세인 상황에서,무엇보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의 버블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기술적 반등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집값이 우상향 한다는 견해에는 공감한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주택시장 위기 이후 3∼4년의 조정기를 거친 점에 비춰볼 때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바로 전고점을 넘어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주택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금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집값은 오르게 된다. 이 같은 ‘금리 장세’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어졌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고금리 행진으로 집값이 급락한 뒤 올해는 금리가 잇따라 동결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급격한 변화는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을 원한다. 가뜩이나 경기마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더라고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금리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의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1위인 비구이위안은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발 위기는 중국 경제 전반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수 경기침체,수출감소,청년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며 총체적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미국 역시 긴축 통화정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모기지 금리가 21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주택시장 둔화는 모기지 금융기관들에게 타격을 주면서 고용감소, 경제성장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동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2’를 중심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은 여전히 커질 수 있다. 정부도 최근 집값 안정을 시사했다. 따라서 단순히 현재의 국내 상황만을 고려한 섣부른 부동산 투자는 금물이다. 금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부동산 투자는 자금여력이 충분한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의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영혼까지 끌어들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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