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60년] ②라면원조 명예회복, 라면名家 재도약 노린다
불닭볶음면 해외 빅히트, 수출기업 변신
밀양 1공장 이어 2공장 신설 생산 확대
건면·국물라면 신제품 개발로 해외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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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소재 삼양식품의 밀양1공장 전경. 사진=삼양식품 |
한국에서 라면이 생산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던 배고픈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온 서민음식 라면은 쌀을 잇는 ‘제2의 주식(主食)’으로 떠올랐다. 환갑을 맞이한 라면은 이제 ‘끼니 때우기’ 식품을 넘어 ‘K-푸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의 인기식품에서 전 세계인이 간편식으로 즐겨먹는 글로벌푸드 라면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국 라면의 60년 발자취와 해외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라면산업의 향후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국내라면의 원조인 삼양식품이 수출주력기업으로 변신하며 ‘라면 명가(名家)’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라면사업의 방향추를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시장이 아닌 ‘K-푸드’ 수출이 활발한 해외시장으로 돌리고 공격 투자를 적극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효자상품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올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한 삼양식품은 여세를 몰아 수출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불닭볶음면’ 인기를 이을 신제품 개발을 서두르면서 ‘K-라면 종가(宗家)’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생산거점 확대로 해외 수요 대응
삼양식품은 최근 경남에 밀양2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출 생산거점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밀양2공장 건립에는 총 1590억원 자금이 투입되고, 완공이 되면 지난해 5월 준공한 밀양1공장과 함께 삼양라면의 수출생산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밀양2공장은 기존 1공장이 조성된 부지에 조성된다. 당초 밀양1공장 설립 단계부터 증설을 고려한 만큼, 부지와 주요 유틸리티 설비를 공유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현재 설계 단계로 구체적인 생산 품목과 완공 시기 등은 공개가 어렵지만, 5개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서는 만큼 4개 라인을 갖춘 1공장 대비 규모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밀양1공장을 준공한 지 1년여 만에 삼양식품이 새 수출 전담공장을 짓는 것은 그만큼 해외 수요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기준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19억개 규모다. 기존 원주·익산공장을 합산한 12억개 생산능력에 1공장(6억 7000만개)이 더해져 생산 캐파(최대 양산능력)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삼양식품은 최근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공급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중동·유럽 등 신시장 위주로 현지 채널 입점을 늘리고 있다. 또, 주력 진출국 위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판매법인도 세우는 추세다.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현지 법인 비중을 70%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면서 향후 생산 캐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내외 구분 없이 생산기지로 적합한 입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8년간 삼양식품 매출 및 수출액, 수출비중 추이 | ||||||||
구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상반기) |
매출 | 3593억원 | 4584억원 | 4693억원 | 5435억원 | 6485억원 | 6420억원 | 9090억원 | 5309억원 |
수출액 | 930억원 | 2051억원 | 2001억원 | 2727억원 | 3703억원 | 3885억원 | 6050억원 | 3478억원 |
수출비중 | 26% | 45% | 43% | 50% | 57% | 61% | 67% | 66% |
자료=삼양식품 |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흥행에 힘입어 수출 주력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가운데 ‘불닭’ 브랜드 제품 비중만 70%를 차지할 정도다. 2012년 처음 선보인 불닭 브랜드 1호 ‘불닭볶음면’은 지난 7월 기준 누적 판매량 50억개에 이른다. 수출 물량이 70% 웃도는 37억개 차지했다.
‘불닭볶음면’의 호조와 함께 2016년 26%였던 수출 비중은 지난해 67%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593억원에서 9090억원으로 3배 가량 늘면서 올해 ‘매출 1조 클럽’ 진입도 넘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업계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계기로 실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삼양식품은 농심의 신제품 공세에 일찌감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데다, 2010년대로 접어들어 10%대로 떨어지며 오뚜기에도 밀리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매출 가운데 라면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인 상황에서 ‘불닭볶음면’에 치중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성장동력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뒤를 잇는 제2 대박상품 발굴에 힘쏟으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출시해 단일 브랜드로 매출이 몰리는 위험도를 낮추고, 신규 고객을 유입해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새로 선보이고 ‘트러플파스타’ 등 신제품 3종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달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까지 새로 출시해 매운 볶음면 시장을 선점한 불닭 브랜드에 이어 매운 국물라면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과시했다.
아울러 ‘K-파스타’ 신규 카테고리를 만들어 수출 전용 브랜드도 키운다. 지난 6월 출시한 건면 브랜드 ‘탱글’이 대표 사례로, 하반기부터 미국·캐나다에서 판매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향후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아시아 등으로 판매 국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