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로 공식 행보
朴, 김기현 與 대표 예방받아…尹 회담에 긍정 답변
평론가들 "TK 중심 영향력 있지만 한계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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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서면서 내년 총선 준비용 몸풀기를 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 포럼 기조연설에 나서고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는 등 사면·복권 후 공식 행보에 첫 발을 뗐다.
14일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두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과 연결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박 전 대통령들이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은 총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면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있지만 이전처럼 힘이 크거나 활동 공간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전 대통령은 13일 50여분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당 대표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를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며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여당 대표"라고 말했다고 예방 뒤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부터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참배, 연극 ‘파우스트’ 관람,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과 청계천 방문 등을 이어왔다.
지난 3차례의 공개 행보가 대통령 재임 시절 함께했던 인사들과의 교류 내지 묘역 참배 등 비교적 ‘조용한 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중기중앙회가 매년 개최하는 공식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수백명의 경제인 앞에서 공개 연설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 이후 첫 공식행보에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서도 내년 4월 총선과 연결된 행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전 대통령은 각각 뇌물·횡령과 국정농단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하던 중 윤석열 정부에 들어 사면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뇌물 수수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 등으로 징역 총 22년을 선고받았다.
두 전 대통령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결정으로 사면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사면·복권된 이후 대규모 행사에서 연사로 처음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났다.
정치 평론가들은 두 전 대통령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에서 대중 인기가 여전히 많고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윤석열 정부 권력 핵심부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최근 보이는 두 전 대통령의 행보가 내년 총선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두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측근인 세력들은 두 인물이 나서서 총선에 돌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전 대통령이 직접 총선과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 세력들이 정치활동을 이어가려면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 펼치는 대외 활동에 결론이 없더라도 실효성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미 MB계 세력들은 상당히 자기 세를 넓힌 상태이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친윤석열계(친윤)로 탈바꿈한 친명박계(친이)가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친박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힘을 받을 경우 보수 텃밭인 TK지역을 장악하려는 국민의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김기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윤 대통령 회담 메시지를 전한 게 친박 세력을 주저 앉히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두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전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아 보수당의 이미지가 휘청거렸던 만큼 거대 보수당인 국민의힘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특히 TK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영향력이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친박근혜(친박) 세력에 공천을 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또 TK에서는 보수당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세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에는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보좌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득표율이 18.6%에 그치면서 낙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윤석열 정권 핵심 요직 곳곳에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이 현재 각자도생하는 상황인 만큼 하나로 결집된 힘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앞으로 정치활동 공간을 만들어나간다면 내년 총선 때 각각 서울과 TK에서 일정한 국민의힘 공천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최근 각각 비교적 신중하면서도 정치활동 보폭을 점차 넓혀나가는 것도 내년 총선 공천 지분 확보 노력과 결고 무관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claudia@ekn.kr